[기자수첩] 강원도 산불 원인규명, ‘국민 분노 달래기식’ 패턴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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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원도 산불 원인규명, ‘국민 분노 달래기식’ 패턴은 사양합니다
  • 엄민우 기자(m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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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고 신중히 원인 규명하고 실제 피해민들 도움 될 것 찾는데 집중해야

한국사회에서 대형 사고가 터질 때 마다 꼭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일단 해당 사고가 수습 될 때쯤 되면 원인을 찾는다. 그러다가 어떤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포인트가 발견되면 집중포화가 시작된다. 결국 관련자들과 그 조직 수장급이 책임을 진다며 사임을 한다. 그리고 나선 시스템의 문제 등을 운운하고 이후 급하게 뭔가 대책이 뚝딱 나와 발표된다.

이 과정은 주로 언론과 사정기관이 주도하는데, 한국사회에서 대형사고 때마다 반복된다. 이를 통해 대중들의 분노는 언론이 짚어주는 이곳저곳으로 흘러 다니다가 누군가 옷을 벗으면 수그러진다. 그게 누군가 책임을 져서 수그러진 건지 수그러질 때가 돼서 수그러진 건진 사실 잘 모르겠다.

강원도 산불이 진화되자 역시나 패턴대로 원인 찾기 단계에 들어갔다. 전신주 관리 소홀부터 탈원전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이번엔 그 원인을 꼭 집어 찾기가 수월하지 않은 모양이다. 보통 명백한 인재(人災)인 경우 이 정도 단계에서 분노를 일으킬만한 원인이 발견되는데 거론되는 것들이 여전히 뭔가 부족해 보인다. 사람들이 듣고도 좀처럼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는다. 잘 와 닿지 않는 것이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봤을 때 화재의 주범은 엄청난 풍속의 바람이다.

그래서 기우에서 미리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확한 원인규명은 꼭 해야 하지만, 제발 억지로 분노 달래기용으로 '돌 던질 곳' 찾진 말자는 것이다. 물론 명백히 관리 소홀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처벌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허나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거나 대중들의 분노를 향하게 할 곳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진 말자는 이야기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 이같은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이 같은 대형사고 처리 패턴을 갖게 된데 엔 이유가 있다. 규정을 무시한 대충대충 일처리나 각종 비리, 편법들이 원인이 된 경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일어난 처음부터 수습이 되기까지, 대한민국의 바닥을 보여줬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온 국민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인재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참사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사실상 묵인하고 당연시했던 것들로부터 배신을 당해 일어난 것들이었다. 대형사고가 곧 온 국민 분노로 이어졌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원도 산불 역시 그 뒤에 엄청난 비리나 관리소홀 문제가 숨어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허나 그게 아니라면 굳이 ‘뭐라도 내놔야 하니까 내놓자’ 식으로 무리하지 말고 어떻게 피해복구를 할지,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어떻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또 재발방지책도 언론 발표용으로 급하게 만들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진중하고 확실한 안을 만들면 좋겠다. 대중들은 어린 아이가 아니다. 자꾸 달래려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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