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올리기 위해 업체간 과도한 출혈경쟁···납품업체 비용 떠안는 경우 비일비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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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로드매장에 들른 김모(31)씨는 평소 눈여겨 봤던 상품을 매대에서 확인하고 테스트제품도 사용했다. 매장 안 직원에게 성능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러나 김씨는 물건은 사지 않고 매장을 떠났다. 얼마 후 김씨는 온라인 특가 행사에서 50% 세일한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

#평소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박모(35)씨는 씨리얼만큼은 편의점에서 구매한다. ‘1+1’ 특가행사가 수시로 진행돼 원래 가격보다 항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초특가·초저가’ 바람이 유통가에 거세게 일고 있다. 1만원도 안 되는 청바지가 시중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가 하면, 한 유통대기업 오너는 ‘초저가’ 시장을 미지의 영역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제 ‘초특가·초저가’ 전략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M/S(마케쉐어)를 올리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은 가격을 수용 가능한 범위까지 최대치로 내리는 것이다. 최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 가격 전략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크다. ‘보기 좋은 떡’ 뒤에는 손실을 떠안고 가는 납품업체들이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한 벌에 9900원 하는 청바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디테일을 제거하고 대량 발주 등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낮춘 것이다. 앞으로도 신세계는 이런 가격 전략을 고수할 방침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업계의 초특가 전략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위메프는 ‘더싼데이’ 슈퍼반값타임 행사에서 애플 에어팟2를 반값에 한정 판매했다. 티몬은 지난 1일 ‘티몬데이’ 행사에서 제주도 항공권을 990원에 선보였다. 티몬은 이날 일매출 역대 신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초특가는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그대로인데 가격은 낮췄기 때문에 누군가는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한 납품업자로 밝힌 네티즌은 “대기업이 유통망을 쥐고 있기 때문에 밉보이면 안 된다. 납품비용을 후려쳐 납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 ‘후려치기’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갈등을 양산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은 “본사 직영 온라인몰이 가맹점 보다 싸게 공급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본사를 강력규탄했다. 얼마 후 본사는 온라인몰에서 해당 제품을 내렸고 ‘1+1’ 행사의 경우 1년간 100% 비용을 부담하는 상생안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특가 전략이 소비자입장에서는 보기 좋은 떡이지만, 누군가는 분명 손실을 안고 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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