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모두 오너가 경영 승계 위한 과도체제 분석 나와···새로 선임된 전문경영인들은 매출·수익성 유지하며 경영 현안 챙기는 역할 수행

삼진제약 조의환 회장, 최승주 회장, 동화약품 박기환 사장(좌부터, 나이순)
(왼쪽부터)삼진제약 조의환 회장, 최승주 회장, 동화약품 박기환 사장. / 사진=각 제약사

최근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동화약품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동으로 대표를 맡아왔던 회사 관행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오너 2명과 전문경영인 1명이 포진했던 삼진제약은 경영인을 2명으로 늘려 4인 대표체제를 구성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두 제약사 모두 결국 오너가(家) 경영 승계 전의 과도체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 제약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 개편과 주요 안건을 논의했다.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부 제약사들이 공동대표제를 폐지하고 단독대표제를 채택한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동화약품, 이수앱지스, 알리코제약 등이 이같은 사례로 꼽힌다. 특히 동화약품은 윤도준 회장이 14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인 이설 대표도 사임하고, 대신 박기환 전 베링거인겔하임 대표가 신임 동화약품 대표에 선임됐다. 

신임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 사장으로 선임돼 2년 6개월가량 근무하고 물러난 바 있다. 앞서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유씨비제약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이후 유씨비제약 중국 및 동남아시아 대표이사를 거쳤다. 동화약품은 지난 20여년 동안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전문경영인만의 단독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와 달리 삼진제약은 3인 대표체제를 늘려 4인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주총에서 18년 동안 장기 집권했던 이성우 대표가 물러나고 장홍순 부사장과 최용주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를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오너이며 기존 대표로 활동했던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여기에 추가로 2명 대표이사가 선임돼 총 4명의 대표가 경영하는 것은 제약업계에서 드문 사례다.

삼진제약의 경영자 4명은 각자 대표다. 조 회장과 최 회장은 구분 없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반면 장 사장은 경영관리와 생산, 연구 부문을 맡는다. 최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 본부를 담당한다.

이처럼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한 동화약품과 4인 대표 체제를 구축한 삼진제약은 외견상으로는 차이점을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국 오너 후손에 경영권이 넘어가기 전 과도체제라는 업계 지적이다. 

동화약품의 경우 오너 3세인 윤도준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아들인 윤인호 상무가 차기 대표에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1984년생인 그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13년 동화약품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최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돼 후계구도가 명확해졌다.

삼진제약도 오는 2021년 주총에서 조 회장과 최 회장이 물러나고 조 회장 아들인 조규석 상무와 최 회장 딸인 최지현 상무가 경영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디만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새롭게 선임된 동화약품과 삼진제약의 전문경영인들은 우선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 실적을 유지하며 당면한 경영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동화약품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원 고지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매출액  3066억300만원, 영업이익 112억2600만원, 당기순이익 100억6800만원을 기록했다. 동화약품의 이같은 매출 성장세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우선적으로 도입품목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 동화약품은 지난 2017년 2월 젠자임코리아와 유착방지제 ‘세프라필름’의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항혈전제 ‘플라빅스’의 국내 의원 판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동화는 라미실과 오트리빈 등 GSK 컨슈머헬스케어 일반의약품 10개 품목, MSD 항우울제 레메론 등 국내 판권도 획득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화이자제약과 중추신경계 주요 품목에 대한 판매 및 유통계약을 연장하기도 했다.

동화약품이 그동안 주로 다국적제약사 출신을 전문경영인으로 도입한 것도 도입품목 판매와 일정 부분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 대표는 도입품목 판매 실적을 유지하며 연매출 증가에도 주력해야 할 상황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윤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것은 신임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박 대표가 업무파악 중이어서 경영 현안에 대해 아직까지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전했다. 

삼진제약도 지난해 경영실적이 최고점을 찍었다. 삼진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2600억1657만1278원과 595억4170만5415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후 신기록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2.88%다.  

하지만 삼진제약은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대표 품목인 게보린과 항혈전제 플래리스(플라빅스 복제약) 시장점유율이 확고하지만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포스트 플래리스’ 발굴에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진이 개발하는 세계 최초 경구용 안구건조증 치료제 ‘SA-001’도 챙겨야 할 현안이다. 현재는 임상 2상의 마무리단계다. 
삼진은 올해 지속 가능한 경영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국제 표준에 맞는 반부패 윤리경영 시스템을 본격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당국의 세무조사를 받을 때마다 거액의 추징세액(추징금)을 납부하는 회계시스템도 일부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에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197억2886만9810원 추징세액을 부과 받아 납부한 적이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전문경영인에게 업무를 맡기는 정도나 비중은 차이가 있다”면서 “단독이든 복수든 최대한 책임경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