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홈플러스 리츠 상장 철회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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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공모 부담, 오프라인 유통업 우려 등에 해외 수요 부진
MBK파트너스, 상장 주관사, IPO·리츠 시장에 찬물
홈플러스 리츠, 상장 재도전에 역량 집중

조(兆) 단위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주목받던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홈플러스 리츠)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키로 했다. 해외 기관을 상대로 한 수요 예측이 부진한 결과로 나타나면서 계획했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진 까닭이다. 대형 유통매장에 대한 업황 악화 우려, 초대형 공모 규모에 대한 부담 등 시장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점이 수요 예측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실패로 홈플러스 리츠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려던 MBK파트너스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초대어 상장으로 짭짤한 수수료를 기대했던 상장 주관사들은 입맛만 다시게 됐다. 시장 측면에서는 공모 시장과 더불어 리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리츠 측은 자산을 재조정해 향후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자산을 분할한 후 공모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상장에 실패한 터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홈플러스 리츠, 흥행 실패에 상장 철회

‘연 7%’ 수익률을 내걸었던 홈플러스 리츠가 좌초됐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리츠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한다고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채 반년이 되지 않아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당초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 매장 51개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희망가(4530∼5000원)를 기준으로 1조5000억∼1조7000억원을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사전설명회나 해외로드쇼 등 최근까지 상장을 위한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홈플러스 리츠가 이처럼 갑작스레 상장을 철회한 배경에는 사실상 흥행 실패에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리츠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를 밑돌았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규모의 84%를 해외 투자자로 부터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여기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홈플러스 리츠 측은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공모 물량이 너무 많았던 점을 실패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홈플러스 리츠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온라인 유통 시장 확대에 따른 대형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업황 악화 우려로 기초 자산으로서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업황 악화로 매장이 철수할 경우 리츠의 임대 수익이 끊길 가능성도 존재했다. 
  
◇ 상장 철회 후폭풍···MBK, 리츠 시장 등에 부정적 영향 전망

홈플러스 리츠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당장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PEF(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투자 자금 회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최대 규모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업황이 악화하자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주)홈플러스홀딩스와 (주)홈플러스스토어즈가 보유한 51개 매장을 ‘홈플러스 리츠’에 매각하는 자산유동화 전략으로 우선 3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장에 실패하면서 당분간 이런 계획은 미뤄지게 됐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 주관사들도 입맛을 다시게 됐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규모가 못해도 1조5000억원은 넘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이에 따라 주관사들이 상장 주관을 통해 얻는 수수료 수익도 일반 IPO 대비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상장 철회로 헛심만 쓰게 된 것이다. 국내 IB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상장 주관에 있어 중간 수수료가 없고, 공모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산정한다. 

시장 측면에서도 이번 홈플러스 리츠 후유증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PO 시장에서 홈플러스 리츠는 시장 최대어로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바디프랜드, KTB네트워크 등에 이어 홈플러스 리츠 마저 상장 철회 운명을 맞으면서 시장 냉각에 대한 우려만 키웠다.  

리츠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통 대기업 롯데그룹과 신세계 역시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리츠 상장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통 기업의 자산에 대한 기관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확인되면서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홈플러스 리츠, 상장 재추진 성공할까

홈플러스 리츠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진 않았지만 역량을 모아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기존과 같은 방법이 아닌 자산을 분리해 규모를 줄여 상장하는 방법을 제기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홈플러스 리츠의 이번 상장 철회와 관련해 보고서를 내고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치를 밑돈 것은 조 단위 규모의 한국물 공모 리츠가 낯설었던 점이 있었다”며 “홈플러스 리츠는 추후 분할해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재도전 하더라도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한 번 철회한 만큼 기존 자산을 그대로 들고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더 좋은 자산을 갖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기초자산으로 묶어놓은 자산들이 알짜 자산이 아니라는 걸 자인하는 까닭”이라며 “한 번의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뒤바꾸기 위해 홈플러스 리츠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4일 홈플러스 리츠가 전격 상장철회를 했다. / CI=홈플러스.
14일 홈플러스 리츠가 전격 상장철회를 했다. / CI=홈플러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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