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생활용품회사 재무팀장에서 홍콩 스타트업네트워크 창업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카레나 벨린 홍콩 엔젤허브 공동대표 겸 더블유허브(WHub) 공동대표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창업과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미국 대표 가정용품 제조업체 P&G(Procter & Gamble)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많은 홍콩 스타트업을 만났다. 벨린 대표는 창업 초기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공동창업자 캐런 파르잠(Karen Farzam)과 손을 잡았다.

현재 더블유허브는 신생 기업 2800개, 일자리 6100개를 제공한 홍콩의 가장 큰 스타트업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엔젤허브 또한 홍콩 최초의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자금 조달 플랫폼으로 크게 성장 중이다. 벨린 대표는 지난 6일 시사저널e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업가들은 글로벌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 일단 무엇이든 시도하라”며 “하지만 현금 유동성, 기술력 등 사전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엔젤허브와 같은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엔젤허브는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과정 동안 고통을 덜어준다. 우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시간, 접근성, 방법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려 한다. 투자 금액이 큰 개인 투자자(High Networth Individual)는 신생 기업을 만나거나 조사할 시간이 없다. 또 유망 신생 기업과 연락할 방법도 모른다. 동시에 창업자들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0명이 넘는 투자자들과 만나며 동일한 질문을 받고 있다. 서로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다. 엔젤허브는 창업자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투자 방법과 거래 구조, 관련 산업 법률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스타트업 산업이 최근 몇 년 새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 스타트업 시장은 어떤가.

홍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생태계가 다양한 국가 중 하나다. 창업자의 30% 이상은 홍콩 출신이 아니다. 창업자 성별과 나이도 다양하다. 스타트업 네트워크 더블유허브를 창업하면서 나와 공동대표인 캐런은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제 홍콩은 스타트업 생태계 허브로 부상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에 따르면 홍콩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5개 스타트업 생태계 국가 중 하나다. 세계에서 1인당 유니콘 (상장 전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달성한 기업) 밀도가 이스라엘 다음으로 2번째로 높은 국가다. 핀테크는 홍콩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전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핀테크 위크도 홍콩에서 열린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헬스테크, 에듀테크, 부동산테크 등 다른 산업도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액셀러레이터 ‘Zeroth.ai’도 홍콩에서 출발했다. 곧 홍콩, 심천, 마카오와 광동 지역의 8개 도시 강점을 보완한 GBA(Greater Bay Area)가 출범한다. GBA는 홍콩 스타트업 생태계의 더 큰 성공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벨린 대표는 독일 출신이다.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 비해 유럽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얼마 없다. 유럽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정보도 적다.

유럽은 다양하고 복잡한 시장을 갖고 있다. 각 나라마다 규제와 환경도 다르고 시장 규모도 비교적 작다. 하지만 유럽은 산업 접근성이 뛰어나다. 유럽은 많은 나라가 연합을 이루고 있는 만큼 다양한 연구과제와 인재를 만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에는 해마다 미주, 아시아, 유럽에서 세계 최고의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모이고 있다. 베를린 안에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반면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미 성숙됐다.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투자자가 많고, 시장 자체도 크다.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와 테크스타(TechStars) 등 대규모 액셀러레이터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문 기술력을 보유한 인재들도 스타트업으로 많이 몰린다. 유럽은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기 전 기술과 인재를 공유하기 위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규모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운 스타트업은 유럽 진출을 계획해봐도 좋다.

글로벌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은.

스케일업(Scale-up) 단계에서 적합한 인재를 고용하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환경에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핵심은 스타트업이 ‘글로벌’하게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제품 및 서비스를 새로운 시장에 시험해봐야 한다. 인재 풀 확장도 중요하다.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인재 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회사 구성원들은 기업 문화와 내부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스타트업이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대표가 나서서 인재 풀 확장에 나서야 한다. 건강한 현금 유동성 유지 또한 필수다. 기업 95%는 ‘현금 부족’으로 실패한다. 성장의 근본적인 원동력은 현금 흐름이 뒷받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스타트업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일단 시행하라. 문제를 철저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고, 다음 도전 과제를 확인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자신의 국가와 스타트업 시장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에너지를 집중할 곳을 결정해야 한다. 창업가 본인의 DNA를 찾고 스타트업 시장에서 극대화해야 한다. 우선 제품의 한국 시장 적합성을 시험하고, 전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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