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 이미 체질 개선 중···GM은 구조조정과 함께 미래 먹거리 개발에 주력, 벤츠와 BMW는 10억유로 공동투자
이항구 산업연구원 "130년 만에 자동차 산업 판이 바뀌는 것"···정의선 체제 본격 출범한 현대차 놓고 “앞으로 5년 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자동차 생산라인.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생산라인. / 사진=연합뉴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강제적 체질 개선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차량은 전기차로 대체될 기미가 보이고, 공유경제가 들어서며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변모를 시도 중이다. 또 자율주행기술 발달은 자동차가 더 이상 ‘탈 것’이 아닌 ‘생활하는 곳’으로의 변화를 예고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자동차 산업이 탄생한 지 130년 만에 판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라며 “자동차업체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도 함께 참여해 점진적 혁신이 아닌,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동반한다. 단순 규모 축소뿐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바꾸기가 필수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생존을 위한 진화를 택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대표적이다. GM은 무려 2013년부터 구조조정 시작을 알렸다. 호주 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했고, 2015년에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이 폐쇄됐다. 2018년 11월에는 북미지역 5개 공장 폐쇄 계획을 공개했고, 6일부터 오하이오주 조립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GM은 대신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앞장서고 있다. 마치 ICT 업체처럼 자율주행차, 공유경제, 전기차 등 분야도 다양하다. 2016년에 차량 공유업체 메이븐을 자체 설립했고, 크루즈 오토메이션이라는 자율주행 업체를 인수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 서비스업체로 탈바꿈을 노리는 것이다.

GM뿐만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최근 공유경제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았다. 디터 체체 벤츠 최고경영자(CEO)와 하랄드 크루거 BMW CEO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카투고(Car2go)를, BMW는 ‘드라이브나우’라는 차량공유 플랫폼을 운영 중인데, 이번 합동 투자를 통해 두 플랫폼이 공동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체질 변화 압박은 국내 완성차 업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다. GM의 구조조정 정책은 한국도 덮쳤다. 한국GM 군산 공장은 지난해 2월 가동중단 결정이 내려졌고, 지난해에는 연구기술개발(R&D)법인이 독립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1공장을 오는 5월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서 직원 2000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공장 가동 중단은 판매 감소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주 원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변화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변화에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실제로 지난달 27일 R&D,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45조3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계획이라 향후 몇 년 간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많은 업체들이 예전부터 합종연횡하고 있다. 서로 기술들을 비공개로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현대차는 그걸 이제 와서 하려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올해 본격적으로 출범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앞으로 5년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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