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 ‘책임 임대차 계약’서 자유로워져
대림산업, 플랜트 사업부 이전 철회하면서 차질
“저렴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매각 어려울 듯”

인천 송도 IBS타워 / 사진=대우건설
인천 송도 IBS타워 /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추진하던 송도IBS타워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림산업이 플랜트 사업부 이전 계획을 돌연 철회하면서 매수희망자들이 요구하던 공실률 요건을 채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히는 IBS타워 매각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우건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IBS타워 매각 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IBS타워는 대우건설이 2011년 인천광역시 연수구 ‘국제업무지구’에 지은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 4층~지상 35층, 연면적 12만3203㎡규모다. 소유주는 현대자산운용이다.

소유주가 아님에도 대우건설이 매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IBS타워로 인해 매년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서다. 대우건설은 건물주인 현대자산운용과 2021년 12월 28일까지 ‘책임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책임임대차 계약을 하면 임대인에게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공실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대신 지급해야 한다. 현재 IBS타워는 공실률이 50% 이상으로, 이에 대한 임대료를 대우건설이 대신 내고 있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IBS타워 임대료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본사를 IBS타워로 이전하라고 요구해 대우건설과 갈등을 빚었다. 본사 이전을 서울 을지로 ‘써밋타워’로 확정지으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IBS타워의 존재는 대우건설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대우건설이 책임임대차 계약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IBS타워를 매각하는 것이다. 매각에는 현재 부동산자산운용사 등 3~4개 업체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공실률이 50% 미만이면 매수할 의향이 있다고 대우건설 측에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대림산업의 플랜트 사업부가 IBS타워에 임차인으로 들어오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공실률이 40% 초반대로 낮아지면서 매각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매수희망자들의 경쟁구도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대림산업으로부터 법무부 검토까지 마친 계약서 초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대림산업은 임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전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대우건설은 언론보도가 나오기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문서까지 주고받은 상황에서 뒤집은 것이라 난감한 상황이다”며 “다만 공실률을 조금만 더 낮추면 매수희망자들의 요구조건을 맞출 수 있어 조만간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IBS타워 매각 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은 탈서울했던 기업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추세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실률이 높아서 아주 저렴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업체들이 무리해서 매입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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