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일가 회삿돈 유용 의혹 수사 ‘고의성’ 입증한 사례 거의 없어
오너 일가가 회삿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례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회삿돈으로 선산을 명당으로 만들기 위해 정비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그간 사례를 조명해보면 결국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사정기관 및 재계 인사들의 전망이다.
최근 박삼구 회장은 선산을 명당으로 조성하면서 2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돈을 사용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는 토석채취장 산을 매입해 개발을 하지 않고 산 능선에 나무를 심는 등의 행태를 보였는데, 이 과정이 박 회장 선산 명당 조성과 관련된 것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관련 의혹과 관련해 박 회장 뿐 아니라, 김현철 금호고속 대표 등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사는 이미 지난해 시작된 사안이다. 최근엔 박 회장까지 소환하는 등 경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랫선만 처벌하는 수준으로 수사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회삿돈 유용 등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오너일가 회삿돈 유용사건의 경우 횡령죄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고의성”이라며 “보통 ‘나는 몰랐고 밑에서 알아서 다 했다’는 식의 전략으로 나오는데 이럴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회삿돈 200억원으로 양평에 초호화 별장을 지은 혐의로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은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당시 ‘회삿돈으로 지으라고 지시한 적 없고,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자택 공사비 회사 대납 의혹 사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경찰은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는데, 주요 사유는 역시 ‘자택 공사비가 회사비용으로 넘어간 건 인정되나 조양호 회장이 이를 인지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도 관련 직원 3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물론 이 회장이 병상에 있어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특수한 상황이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직원들이 책임을 진 케이스다.
이처럼 회삿돈 유용 의혹과 관련해 사정기관들은 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다만 이번엔 경찰이 기업 수사에 힘을 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업계에선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선 “경찰조사 중인 사안이라 따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