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일가 회삿돈 유용 의혹 수사 ‘고의성’ 입증한 사례 거의 없어

지난해 7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너 일가가 회삿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례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회삿돈으로 선산을 명당으로 만들기 위해 정비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그간 사례를 조명해보면 결국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사정기관 및 재계 인사들의 전망이다.

최근 박삼구 회장은 선산을 명당으로 조성하면서 2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돈을 사용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는 토석채취장 산을 매입해 개발을 하지 않고 산 능선에 나무를 심는 등의 행태를 보였는데, 이 과정이 박 회장 선산 명당 조성과 관련된 것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관련 의혹과 관련해 박 회장 뿐 아니라, 김현철 금호고속 대표 등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사는 이미 지난해 시작된 사안이다. 최근엔 박 회장까지 소환하는 등 경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랫선만 처벌하는 수준으로 수사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회삿돈 유용 등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오너일가 회삿돈 유용사건의 경우 횡령죄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고의성”이라며 “보통 ‘나는 몰랐고 밑에서 알아서 다 했다’는 식의 전략으로 나오는데 이럴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회삿돈 200억원으로 양평에 초호화 별장을 지은 혐의로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은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당시 ‘회삿돈으로 지으라고 지시한 적 없고,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자택 공사비 회사 대납 의혹 사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경찰은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는데, 주요 사유는 역시 ‘자택 공사비가 회사비용으로 넘어간 건 인정되나 조양호 회장이 이를 인지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도 관련 직원 3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물론 이 회장이 병상에 있어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특수한 상황이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직원들이 책임을 진 케이스다.

이처럼 회삿돈 유용 의혹과 관련해 사정기관들은 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다만 이번엔 경찰이 기업 수사에 힘을 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업계에선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선 “경찰조사 중인 사안이라 따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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