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 40% ··· “배제 시 장비 교체 비용 상당할 것”
닉 리드 보다폰 대표 “화웨이 장비, 보안 문제 있다는 근거 유럽에 제시하라”

미국의 화웨이 압박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미국 화웨이 압박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미국의 화웨이 압박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동맹국들이 화웨이 불매 운동 진영에서 이탈하면서다. 세계 2위 이통사로 뽑히는 보다폰(vodafone)도 미국의 전략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통신사 로이터는 25일(현지 시간) 닉 리드 보다폰 대표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미국의 화웨이 압박 전략에 의구심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보다폰이 받게 되는 피해가 상당한데, 미국의 화웨이 보안 우려가 사실에 기반하느냐는 것이다.

보다폰은 지난달 화웨이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코어 망(Core Network)에 새로운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만에 입장을 바꿨다.

닉 리드 대표는 MWC 기자 회견에서 “화웨이 장비 보안을 문제로 삼는다면 그 근거를 유럽 주요 기관에 제시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럽 4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가 이미 사용되고 있어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며 “장비 교체는 상당한 비용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유럽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에릭슨·노키아·화웨이 등 3곳이다. 그중에서도 화웨이는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업체다. 화웨이는 유럽 통신장비 시장에서만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헝가리, 폴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10년 전부터 유럽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장악했다.

업계는 보다폰의 발언이 유럽 주요 국가들의 ‘反화웨이 전선’ 이탈 후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 시장 분위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주요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를 배제하는 분위기였을 땐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이 보다폰”이라며 “돌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화웨이 장비 사용이 문제 없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영국 국립 사이버보안센터(NCSC)는 화웨이 장비가 악의적 스파이로 사용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지난 19일 화웨이가 정보를 도둑질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예비판정을 내리고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근거가 없다며 정치적 마찰이 통신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CNBC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미중 간 전력 경쟁이 미래를 어떻게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호주 뉴데일리도 호주 정부가 미국과 중국 간의 냉전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비판했다.

미국은 중국이 5G 네트워크에 장비를 공급한 뒤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통신을 방해할 수 있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했으나 실제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마크 그레고리 멜버른 RMIT대학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싸움에서 국가와 통신망 제공업체들이 잘못된 선택(배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의 보안 문제는 증거가 없다”며 “화웨이 금지 전략이 소비자 혼란과 가격 상승, 5G 지연 등 문제만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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