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세무사 “세무조사에서 사례 많다”···5개 제약사 건에도 일부 여파 가능성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대표이사 소득세를 대납하며 117억여원 추징금(추징세액)을 납부한 경동제약 사례는 세무조사 중 일부 항목에 용처가 불분명한 부분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무 전문가들은 대표 소득세 부과는 전체 업종 세무조사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례라고 했다. 경동제약도 이같은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이에 향후 세무당국이 동성제약 등 세무조사 후유증을 겪고 있는 5개 제약사의 접대성경비 용처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대표에 소득세를 부과할 지 주목된다.  

경동제약은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117억4105만1970원 추징세액을 부과 받았다고 지난달 14일 공시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법인세 통합조사에 따른 추징세액이다. 이어 경동제약은 같은 달 22일 정정공시를 통해 부과 받은 추징세액이 152억1502만8970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부과기관에 화성세무서가 추가됐다.

특히, 중부국세청의 추징세액 117억여원은 소득세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동제약은 당시 공시를 통해 “법인세법에 따라 대표이사에게 귀속한 인정상여금액으로 상여처분에 따른 소득세 등을 대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쉽게 설명하면 대표이사가 내야 할 소득세를 법인인 경동제약이 대신 납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세무당국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복수의 세무사는 제약 업종만이 아닌 전체 업종 대상 세무조사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공무원은 “법인이 대표이사 소득세를 대신 납부하는 경우는 세무조사에서 사례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법인 대표이사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접대비나 판촉비 등 일부 항목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사례라고 세무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회사 자금을 외부로 집행했는데, 집행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법인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세무당국이 대표이사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실제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1항 1호는 ‘익금에 산입한 금액이 사외에 유출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귀속자에 따라 배당, 이익 처분에 의한 상여, 기타소득, 기타 사외유출로 할 것. 단, 귀속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 경우 세무당국은 대표이사에게 소득세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방소득세로 추가 부과하게 된다. 참고로 소득세는 과표에 소득세율을 곱하고 여기에 가산세율을 곱해 나온 금액을 부과한다.

당국에서 세무조사 경력이 15년을 넘는 복수의 세무사는 “경동제약은 공시에서 소득세 등을 ‘대납’한다고 밝혔으니 117억여원 추징세액 중 대부분은 대표이사에게 부과된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추정된다”며 “만약 117억여원에 법인세가 포함됐다면 다른 표현을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논리로 분석하면 경동제약 대표이사에게 부과된 소득세는 최대 100억원이 약간 넘는 규모이며, 지방소득세도 1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경동제약도 이같은 지적의 일부를 인정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세법에는 (용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표에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117억여원에는 법인세는 없고,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구성돼 있다”고 확인했다. 

문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진행 중인 동성제약 등 5개 제약사에 대한 수사에도 이같은 사례가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감사원이 식약처에 5개 제약사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은 세무조사 결과만으로도 리베이트 의혹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중 지난해 12월 식약처 중조단 압수수색을 받았던 동성제약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지급한 상품권 103억9400만원 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세무당국이 대표이사에 소득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식약처의 리베이트 판단과는 별개 사안이다.

나머지 4개 제약사 중 B제약사는 제품설명회 등과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일부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감사원은 101억1900만원을 약사법을 위반한 접대성경비로 의심했다. 감사원은 이 업체가 식대 등 접대성경비를 복리후생비 등에 분산계상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미 B제약사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100억원 가량 추징세액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세무조사→리베이트 수사→세무조사 후 추징세액 부과’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B제약사에 비해 매출규모가 적은 R제약사는 역시 제품설명회 등과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26억2800만원을 접대성경비로 의심 받고 있는 상태다.

세무당국이 동성제약 등 5개 제약사에 대해 추징세액 추가 부과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든다면 업계에 미치는 여파는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소식통들 분석이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식약처 중조단이 수사 속도를 올리기 위해 수사3팀 외에 다른 팀에도 이번 사건 업무를 배분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무당국이 접대비를 들춰내기 시작하면 해당 제약사 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