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 역대 최대 매출 달성···유류비 등 요인으로 수익성은 둔화
올해 기단 및 노선 공급 확대해 운임경쟁 예고···“아시아시장 성장률 뚜렷해 공급과잉은 시기상조”

국적 항공사들의 매출 실적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올해 보다 치열한 업계 경쟁이 예고된다. 외형 확장을 공언한 항공사들이 공급량을 늘릴 것으로 관측되는 까닭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유럽 항공업계 재편 상황을 주시, 운임경쟁에 따른 수익성 출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양대 항공사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12조6512억원, 6924억원을 기록, 매출이 전년 대비 7.2% 증가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6조251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하면서 6조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대형항공사(FSC) 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역대 최대’란 수식어를 덧붙인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상장 LCC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특히 시장 선두인 제주항공, 진에어는 지난해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 가파른 외형 확장을 방증했다.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티웨이항공, 에어부산도 매출액이 각각 7000억원, 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다만 이들 항공사는 지난해 고유가 파고에 수익성 타격을 입었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30% 이상은 연료유류비로 지출되는 까닭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6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감소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유류비 부담으로 인해 지난 영업이익이 48.9%나 깎여 나갔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0.7% 소폭 상승하면 수익성을 방어했으나, 유류비 부담이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감소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6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대비 36.5% 영업익이 급감했다. 

업계선 지난해 말 유가 하락 효과가 올해 실적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는 한편, 공급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형 확장의 기틀을 마련한 항공사들은 지난해 이어 올해 기단 및 노선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도 업황이 녹록치 않다. 최근 LCC의 전체 국제선 노선 점유율은 약 30%까지 치고 올랐다. 특히 동남아‧중국‧일본 등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은 지난달 45.0%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CC업계서는 올해 30대가량 신규 항공기 도입이 예고됐다. 최근 여객 수요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점도 업계 우려를 더한다. 공급량이 늘어날 경우 한정된 단거리 노선 안에선 항공권 가격을 깎는 운임 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 LCC가 최근 슬롯이 포화된 주요 공항이 아닌 무안, 청주 등 지방공항에서 노선을 확장하는 전략도 아직까지 안정적인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여객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수도권 공항에 비해 인구가 유입이 지속되는 지역은 아니다. 지방공항 노선의 수요 성장세가 보장되려면 소득증가율과 같은 근본적인 수요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 노선을 중심으로 좌석 공급량이 늘다보니 올해 운임 경쟁은 보다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중으로는 신규 LCC가 출범하는 점도 업계 지각변동에 대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양적인 차원에서 경쟁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비스나 수익 모델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쟁이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최근 유럽 항공사들의 도산 사태를 주목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델타 항공과 이지젯 항공사가 지난 2017년 파산한 유럽 대형항공사 알리탈리아 항공사 구제에 협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7년 유럽 대형항공사 모타크, 에어베를린 등이 파산한 데 이어 지난해 LCC도 줄도산이 잇따랐다. 유럽 시장 재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국내 업계에도 단기적 공급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운송업 특성상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부침이 크기 때문에 유럽 LCC의 도산 사태는 사실상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이다. 과거 80년대 미국 사례처럼 합병을 통해 다른 형태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과잉 공급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유럽보다 아시아 항공시장 성장률이 더 높기 때문에 향후 몇 년 간 LCC가 시장 외연을 크게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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