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고발생 1시간 지나서야 119에 신고···“외부 알려질까봐 신고 미룬 것 아니냐”
“경찰은 사고 가능성 낮다며 사고사 가능성 일축”···“포스코, 은폐의혹 해명과 사과해야”

13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장례식장에서 기자가 포스코 사망 노동자 유가족인 장녀 A씨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희진 기자
13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장례식장에서 기자가 포스코 사망 노동자 유가족인 장녀 A씨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김희진 기자

설연휴 기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기기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포스코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에서 사망 노동자의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추정한 것과 달리, 1차 부검결과 “외부 압력에 의한 장간막 및 췌장 파열로 인한 과다출혈”이 직접적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탓이다.

진상규명을 기다리는 유가족은 참담한 심정이다. 시사저널e는 13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장례식장에 방문해 유족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유가족인 장녀 A(29)씨는 “경찰과 사측의 미흡한 초동대응이 산재 은폐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사고 소식을 어떻게 듣게 됐나.

“엄마가 아버지 지인으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최초목격자가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한 시간이 2일 오후 5시 41분인데, 엄마가 소식을 들은 시점이 오후 7시 3분이다. 아버지가 쓰러진 채 발견된 지 1시간 20분 만에 소식을 듣게 됐다.”

-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은 누구에게 들었나.

“경찰로부터 사고 원인에 관한 내용을 처음 들었다. 그쪽에서 부검 동의 여부를 물으면서 본인들이 보기엔 사고사가 아니라, 돌연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가봤는데 사고가 일어날 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산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초동대응이 엉망이었다.”

- 경찰이 사고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가.

“경찰도 사고 발생 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늦게 현장에 도착해 포스코 관계자의 말만 듣고 판단했던 것 같다. 실제로 포스코가 2일 밤 사내 직원들에게 보내는 직원 사망 속보를 보면 ‘포항지청 근로감독관의 현장 확인 결과 산재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적혀 있었다”

- 사건 직후 고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것이란 추정은 어디서 나온건가.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날인 3일 새벽 3시쯤 포스코에서 작성한 사고경위서를 받아봤다. 경위서 말미 ‘사고정황’에 ‘특별한 외상없이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심장마비 등으로 추정이 됨’이라고 사망원인이 적혀 있었다.”

- 포스코 측에선 자기들은 공식적으로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한 적 없다고 말하던데.

“사측은 공식적 주장이 아니라, 추정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왜 산재나 사고사 가능성은 배제한 채 병력으로 단정지은 건지 의문이다. 말 그대로 추정이라면 여러 가지 정황을 따져서 판단했어야 하는데, 외상 여부만 보고 사고 가능성이 없다고 속단한 느낌이다.“

- 고인께서 평소에 심장질환이나 관련 병력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아버지께선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등산도 자주 갈 정도로 건강했다. 심혈관 질환 관련 병력이 전혀 없었다. 우리가 부검을 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의 사망 원인이 왜 심장마비였는지 의문이었다. 1차 부검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사고일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 했다.”

- 회사 측 역시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던데 어떤 점이 문제였나.

“포스코가 사고 발생 직후 사내에 상주하는 119는 호출했으나 외부에는 1시간가량 지나서야 뒤늦게 사고 내용을 신고했다. 최초 목격자가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한 시간이 2일 오후 5시 41분인데 포항 남부소방서에 구급증명서를 확인해보니 연락받은 시간이 오후 6시 38분이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외부에 신고가 들어간 거다. 포스코가 사건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 외부 신고를 미룬 건 아닌지 의심된다.”

지난 2일 숨진 포스코 노동자가 입고 있던 작업복 바지. 무언가에 말려 들어간 듯 허리춤이 일부 찢어져 있고 기름때가 잔뜩 묻어있다./사진=노동자 유족 제공
지난 2일 숨진 포스코 노동자가 입고 있던 작업복 바지. 무언가에 말려 들어간 듯 허리춤이 일부 찢어져 있고 기름때가 잔뜩 묻어있다. / 사진=노동자 유족

- 사고 당시 고인의 의복 상태는 어땠나.

“작업복 위에 조끼 하나 입고 있었다고 한다. 바지에는 검은 기계 기름때가 잔뜩 묻어있고 허리춤이 일부 찢어져 있다. 회사에선 현장 바닥에 기름이 많아서 아버지를 옮기는 과정에 생긴 자국이라고 하는데, 현장 관계자가 말하길 롤러에 기름이 묻어 있고 그런 기름때는 기계에 직접 닿지 않으면 생길 수 없다고 하더라. 산재로 의심할만한 증거다.”

- 고인이 포스코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32년 근무했다. 23살 때부터 일해서 포스코에 청춘을 바쳤다. 어머니와 결혼한 것도 당시 아버지 선배였던 어머니의 사촌오빠가 어머니를 소개해줘서 연애 결혼하게 됐다. 크레인 작업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사무직을 오래 하고 다시 크레인 업무로 간 게 올해로 7년째였다. 아버지가 항상 하는 얘기가 ‘나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 나는 절대로 다치지 않는 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도 부검결과 나오기 전까지 한 번도 사고일 거라 의심한 적 없다. 병력일 거라고 믿었는데 부검을 하지 않았으면 아버지의 죽음이 억울하게 묻힐 뻔했다.”

- 조사 결과 이번 사고가 산재로 결론이 날 경우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산재로 밝혀지는 것과는 별개로 회사 측의 은폐 시도 의혹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밝혔으면 좋겠다.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고 의문이 드는 정황도 너무 많다. 우리로선 회사의 은폐 시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데도 회사는 계속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 산재로 밝혀지면 사측이 미흡한 초동 대응과 은폐 의혹 등을 해명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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