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닛산 '로그' 후속 신차 배정 앞두고 노사 갈등 변수
한국GM 구조조정 이슈 진행 중···올 하반기 오펠 수출 중단, 창원공장 가동률 저하 우려
"생산 효율성·내수 점유율 낮아 생산 경쟁력 상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차 배정을 앞둔 르노삼성과 한국GM에게 노사 관계와 해외 본사 구조조정이 각각 변수로 떠올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양사는 매출과 공장 가동률을 견인할 신차 생산이 시급하나, 저조한 생산 효율성과 내수 장악력은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선 노사 관계와 같은 불확실성이 경쟁력을 저하하는 한편, 양사의 신차 전략을 비롯한 경영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오는 9월 위탁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를 대체할 후속 차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선 장기화된 노사 갈등을 신차 배정 결정을 지연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회사의 노사는 지난해 6년 임단협 첫 상견례를 가진 이후, 8개월 째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3년간 이어온 무분규 타결도 불발됐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단일호봉제 등을 요구하나, 회사 측은 고정비 인상이 로그 후속 물량 배정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임단협이 장기화되면서 노조가 28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하자, 해외 본사 측에서도 당부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도 임직원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며 로그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전체 판매 실적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다. 완성차 5사 중 내수 점유율은 5%에도 못 미치나, 그간 닛산 로그 수출 실적을 통해 전체 실적과 함께 공장 가동률을 지켜왔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총 판매실적(22만7577대) 중 수출 물량(13만7208대)이 차지하는 비율은 60.3%를 기록했다. 이 중 로그는 전체 수출 물량 중 78.2%의 비중을 차지해, 사실상 전체 실적고를 이끌었다. 로그 생산은 매출은 물론 근로자 고용이 걸린 부산공장의 가동률도 담보했다. 지난 2014년 양산이 시작된 로그 생산량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생산량 중 약 50% 물량을 차지했다. 내수 판매가 흔들려도 수출 판매 호실적에 르노삼성은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글로벌 본사에서 움직이는 제품 생산공장이다. 모기업에선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해당 공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고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면 바로 빼버리는 구조”라며 “르노그룹에 새로운 CEO가 선임된 만큼 구조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은 불확실성이 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같은 외국계 완성차 기업인 한국GM도 미국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 방침에 군산공장이 폐쇄되는 등 외풍에 시달렸다. 여기에 지난해엔 연구개발(R&D) 법인 신설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 골도 파였다. 한국GM 노조는 법인 설립에 대해 부분파업, 노숙 투쟁 등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다가, 신설법인이 출범된 이후 신설 법인의 조합원에게 단체협약 승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향후 노조는 신설법인 소속 조합원에게도 기존 단협을 적용할 수 있도록 회사와의 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의 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

르노삼성과 달리 한국GM은 지난해 정부 지원과 함께 미국 본사로부터 신차 2종을 배정 받았다. 그러나 신차 생산에 돌입하기까지 공장 가동률 저하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투입되는 부평 1공장의 상황은 양호하나, 오는 2022년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투입되는 창원공장은 향후 3년간 공장 가동률을 보장받을 신차가 절실하다. 이와 함께 향후 배정받은 신차 경쟁력에 대한 의문부호도 여전히 따라 붙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GM의 철수설 문제는 대략 봉합됐지만 모기업 GM이 글로벌 구조조정을 하는 점은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부평공장에 배정받는 신차의 경쟁력도 향후 전망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본다. 올해를 넘겨도 새로운 문제로 이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창원공장에선 올해 5월부터 유럽 수출용 스파크 생산이 중단된다. 지난 2017년 GM이 자회사 오펠, 복스홀 등 유럽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길이 막힌다. 지난해 생산 종료가 예정됐던 다마스, 라보는 정부 유예책으로 오는 2021년까지 생산이 연장됐다. 그러나 연간 1만대도 채 팔리지 않는 두 차종에만 의존하기엔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 창원지부 노조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오펠 수출 물량 덕분에 공장 가동률 80%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오펠 수출이 끝나는 하반기부터는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올해 5월부터 베트남 빈페스트사에 CKD 방식으로 엔진, 프레스 차체에서 생산된 부품을 공급해 가동률 지키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해외 본사를 대주주로 둔 양사에겐 신차 배정, 구조조정 등 본사 이슈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안정한 노사 관계는 물량 배정에 앞서 생산기지로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양사 경영권의 한계점도 함께 돌출되는 점도 부담이다. 현장 일선에선 신차 전략이 미비해 판매 부진이 깊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쇄신하는 체질개선도 동반돼야 하지만, 국내에서 잘 팔리는 인기 차종 없이 해외 본사에 물량 배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내수 판매 점유율을 높여야 국내 공장의 존재 가능성도 높아지고 시장 중요성도 강조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해외 본사의 하청을 맡는 전형적 수출형 기업으로 해외 본사의 구조조정 등 이슈에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에선 향후 위기가 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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