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위 행동부터”···연차 쓴 뒤 봉사활동 검토

네이버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가 네이버 사옥에 부착돼 있다. / 사진=네이버노조 페이스북
네이버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가 네이버 사옥에 부착돼 있다. / 사진=네이버노조 페이스북

 

쟁의행위 투표에서 높은 찬성률을 이끌어낸 네이버 노조가 단체활동에 돌입한다. 오는 11일께 구체적인 일정이 발표되면 낮은 수위의 행동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파업 가능성은 낮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네이버 법인과 계열사 컴파트너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 3개 분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네이버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투표 결과 네이버 법인 96.06%, 컴파트너스 90.57%, NBP 83.3% 등 높은 비율로 찬성표를 얻어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투표를 통해 재적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네이버 노조는 이르면 이달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오는 11일쯤 구체적인 일정과 행동을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어떤 행동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는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수준의 행동 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단체로 연차를 쓰고 봉사활동을 가는 등의 행위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그동안 다른 노조들이 해온 방식과 달리 ‘발랄한 쟁의행위’를 표방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방식을 선호한다.

네이버 노조는 설립 후 지난해 12월 첫 공식 단체행동 때도 본사 앞에서 한시간 가량 조합원들에게 풍선과 고구마, 사이다를 나눠줬다. 노조 단체행동이 생소한 조합원과 네이버 임직원을 위해 놀이동산을 연상케 하는 ‘네이버랜드’ 콘셉트를 잡았다. 풍선아치를 설치하고, 노조 단체행동에 흔히 사용되던 빨간 머리띠 대신 크리스마스 장식 머리띠를 착용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존재나 활동은 원래 회사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발랄한 쟁의활동을 추구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연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쟁의행위가 파업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상황이다. 파업 가능성에 대해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파업에 다다르지 않도록 사측이 대화의 의지를 갖고 나서주길 바란다. 조정 전에도 열린 마음으로 사측과 협의하려고 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회사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직원 2000여명의 의견을 수렴해 총 125개 조항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15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중앙노동위가 제시한 조정안은 2년간 근무시간을 충족(만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안식휴가를 제공하고 남성직원에게 유급으로 10일의 출산휴가 제공, 인센티브 제도 투명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중노위는 ▲리프레시 휴가 15일 유급, ▲남성 출산 휴가 유급 10일, ▲인센티브 객관적 근거 전 직원 설명 등을 담은 중재안을 양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사측은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해놓은 ‘협정근로자’ 지정이 없다는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한 바 있다. 사측은 24시간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인 만큼 협정근로자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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