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서 무르익는 노조 가입 장려 분위기…무노조 기업들도 타협점 모색 고심
무노조 경영을 하던 기업들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강조하던 노조 장려 분위기가 싹터감에 따라 무노조 기업들도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기업들은 나름대로 주판안을 굴리느라 분주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을 하던 기업들은 문 정부의 노조 장려 정책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무노조 경영을 하는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없다는 것이 곧 문제라고 보지 말고 (정부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노조 가입률을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 된 현재 노조와 관련한 이슈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 관련 문건들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문건 들은 검찰이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으로 삼성전자 사옥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노조 와해 문건 관련 수사가 어느 방향으로 튈 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대표 포털 네이버도 노조가 만들어졌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창립을 선언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입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초기의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포괄임금제와 책임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흐름을 바라보는 재계는 복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에 역행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위기다. 특히 삼성이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괜히 유사한 행동으로 표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무노조 경영을 하는 10대 그룹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노조 설립을 마냥 방해하거나 막을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다만 노조가 생긴다면 집단 이기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단 생각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그렇게만 한다면 장려할 만 하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들 사이에선 특별히 노조 설립을 경계하지 않더라도 무분별하게 노조가 생겨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일반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노조에 대한 생각은 각 처한 상황에 따라 달랐다. 한 대기업 직원은 “노조 활동이 활성화되면 특정 직군에겐 이익이 되지만, 직군에 따라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며 “노조활동이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