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처음 언론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 준비 공식 발표
북·미 물밑 조율 마지막 단계 접어들었을 가능성
양국 비핵화·상응조치 이견 차는 여전···전문가들 “세부 합의 회담 전까지 이어갈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한 달여 남은 가운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이에 따른 실무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북한이 대내적으로 2차 회담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한 북미 간 물밑 조율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2차 회담서 내놓을 비핵화 로드맵에도 관심이 모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한 사실, 그리고 미국과 해결해야 할 ‘일련의 문제’에 대한 협상 진행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해왔다. 그때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약속하는 동시에 새로운 북미 관계 설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의지를 확인했다. 또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는 것은 ‘불변한 입장’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북한 중앙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김 위원장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은 이번 워싱턴 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미국 측과 교환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한정된 동결과 사찰을 수용하고,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에 대해 논의했다는 데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나는 조만간 있을 또 하나의 좋은 만남을 기대한다.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를 보고받고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정상회담 실무준비를 지시했다고 공개한 것에 대한 화답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상당 부분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확약하고 있다”며 “북미 간 실제 진전이 있었고 많은 대화가 진행 중이다. 2월말 정상이 만나면 우리가 상당한 조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부위원장 방미 계기 고위급회담과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의 등을 비추어 볼 때 북미 대화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대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그리고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해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다양한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상호 주고받을 조합을 조율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까지 세부 논의 과정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여전히 북미 간 상응조치로 이견 차를 보이고 있고, 2차 회담까지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2차 회담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스웨덴에서 남·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함께 앉은 만큼 미국만 만족할 상응조치를 내놓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또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는 회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구체적인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이어 “북한은 비핵화 단계적 조치에 준하는 몇 가지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만족한다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민간 투자 이야기도 언급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민간 투자가 언급됐다면,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큰 틀의 딜(deal)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은 실무접촉을 통해 물밑 조율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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