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대한항공·한진칼 주주권 행사 여부 및 수위 최종 결정
시민단체와 재계뿐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태풍의 눈'
"어떤 결론이든 후폭풍···고민 깊어질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수위를 저울질 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각계각층으로 퍼져나가고 있어 주목된다. 시민단체와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도 나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여 국민연금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주 중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시 그 범위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열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는 대체로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는 반대 의견이 다수 나오는 등 혼재된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다가오자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과 지나친 경영 간섭을 우려하는 재계가 맞붙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하며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실제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주주권 행사 모범 규준) 행사를 통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계에선 이를 사실상 국민연금이 이번 사안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

반대로 야당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사회 연금주의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국민의 집사가 아니라 정권의 집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이날 인천경영포럼에서 “국민연금은 공적 연금으로 국민들의 노후복지를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한다고 하는 것은 연금의 시회주의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재계, 정치권까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논쟁이 퍼지면서 국민연금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서로 반대되는 주장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만일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키로 결정하면 야당과 재계의 반발이 커지게 되고, 반대로 소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절충적인 대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면 결국 국민연금은 어떤 결론을 내든 비판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며 “향후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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