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 작년 하반기만 밝혀···업게선 감사원 감사 결과 반영 or 다른 사유 해석 내놔
세무당국은 변경 지침 공유 늦어 '뒷북행정' 지적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최근 152억여원의 추징세액(추징금)을 통보 받은 경동제약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다가 중지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통보나, 다른 사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 해석이다. 특히, 세무당국은 제약업종에 한정된 세무조사 지침을 전국 지방국세청에 뒤늦게 공유한 것으로 파악돼 뒷북행정이라는 목소리다.      

경동제약은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117억4105만1970원의 추징세액을 부과 받았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이 금액은 경동제약의 자기자본 대비 5.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법인세 통합조사에 따른 추징세액이다. 이어 경동제약은 지난 22일 정정공시를 통해 국세청 등으로부터 부과 받은 추징세액이 117억4105만1970원원에서 152억1502만8970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자기자본의 6.8%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번에는 부과기관에 화성세무서가 추가됐다.  

쉽게 설명하면 앞서 부과된 중부국세청의 117억여원은 소득세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추가된 35억여원은 화성세무서의 세무조사로 인한 법인세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동제약이 지난해 중부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다가 일시 중지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세무당국이 세무조사를 하다가 중지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현재 경동제약은 지난해 하반기 중부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만 밝히고, 나머지 부분은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우선 중부국세청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파악하고 경동제약 세무조사를 중지했다가 재개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지난해 감사원이 보고서를 공개한 서울국세청 감사 결과는 업계에 큰 중요성을 띠고 있다. 알려진 대로 앞으로는 제약사들이 접대비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의사나 약사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였다.

감사원 재정경제3과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서울지방국세청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은 지난해 9월 20일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라고 세무조사 기간을 밝힌 경동제약과 일부 시기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만약 관측대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세무조사에 반영하기 위해 중부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일단 중지했다면 이후 재개한 조사에서 강화된 지침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총 152억여원의 추징세액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업계 소식통과 세무사는 경동제약이 세무조사를 받다가 중지된 사유는 감사원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 9항(세무조사의 중지)은 납세자가 자료 제출을 지연하는 등 사유가 발생하면 세무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납세자가 조사 중지를 신청한 경우나 세무당국이 외국 관세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경우, 세무조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당국에서 세무조사 경력이 15년을 넘는 한 세무사는 “통상 납세자가 사정으로 조사 중지를 신청하면 당국이 수용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대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업계에 파장이 적지 않았다. 당장 동성제약이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나머지 4개 제약사도 긴장하는 상태다. 지난해 7월 25일부터 서울국세청 조사4국 세무조사를 받았던 삼진제약에 이어 중부국세청 조사를 받은 경동제약도 100억원이 넘는 추징세액을 통보 받은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 등 관련 기관들은 보고서 발표 이후 구체적 진행상황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거나 업무 처리가 늦은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당시 감사 결과는 (다른 업종이 아닌) 제약업종에만 한정되는 것이 맞다”면서 “각 기관 통보 후 후속조치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확인했다. 즉 접대비 증빙자료 첨부와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의·약사에게 소득세 부과는 제약업종에만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세무당국도 변경된 지침에 대해 전국 지방국세청과 세무서에 뒤늦게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돼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보 받은 서울국세청 감사관실은 서울청 각 부서에 공유했고, 1년에 1번 진행하는 직원 교육에서도 감사 사례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본청은 이같은 내용을 홈페이지의 정보공개 중 ‘일반행정정보’ 메뉴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감사원 감사 결과가 홈피에 게제된 것은 올 1월 11일이었다. 감사원 홈피보다 3개월 20일 정도 늦은 시점이다. 

국세청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1월 중순 이 부서로 발령을 받아 과거 업무는 모른다”며 전임자를 묻는 질문에 “개인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도 “내가 모르는 사안이므로 담당 실국에 직접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제약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는데 해당 기관들은 후속조치를 자세하게 밝히지 않고, 뒤늦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향후 제약사 세무조사에서 접대비 증빙자료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같은 중부국세청인데 회장 갑질로 논란이 일었던 대웅제약은 공시하지 않을 정도 추징세액을 부과하고, 경동제약은 왜 152억여원인지 설명한 적이 있느냐”며 “삼진제약과 경동제약이 추징세액으로 힘들어 하는데 세무당국은 감사원 지시를 뭉개고 내부적으로 공유도 늦었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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