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들-동성애, 보통의 이야기]② 성소수자 엄마 “내 새끼 상처받는 거 싫어서요”
[소수자들-동성애, 보통의 이야기]② 성소수자 엄마 “내 새끼 상처받는 거 싫어서요”
  • 변소인 기자(byline@sisajournal-e.com)
  • 박견혜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차여경 기자 (chacha@sisasjournal-e.com)
  • 승인 2018.12.2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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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 자조모임 역할해…눈물로 시작해서 활동하기까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상처받는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부모들이 나선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시작됐다가 이제는 성소수자를 향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모임이 됐다. 자식을 향한 혐오와 편견의 시선을 거두기 위해 부모들은 오늘도 공부한다.


지난 2014년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처음 꾸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임에 빠지지 않았던 창립멤버가 있다.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지인’씨를 28일 만났다. 심리상담사인 지인씨는 이제는 성소수자, 그의 부모들이 선호하는 상담사가 됐다.

지인씨는 미디어 인터뷰에도 베테랑이다. 지인씨는 초반에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어서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성소수자들의 불행을 다룬 콘텐츠가 많았기 때문에 성소수자도 ‘괜찮게 잘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디어가 앞 다퉈 인터뷰를 제안해 오고 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인씨가 28일 부모모임 활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PD

◇ 부모에겐 죄가 없다


아들이 16살이던 해 지인씨는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늘 학교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오던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지인씨는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에도 지인씨는 심리상담사로서 아픈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했지만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다. “성인이 돼도 네가 게이라고 하면 그때 인정해 줄게”, “네가 어릴 때 얼마나 씩씩했는 줄 아니?”, “그렇게 살면 얼마나 불행한 줄 알아?” 등의 말이다. 지인씨는 지금도 그때 했던 자신의 말들이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지인씨는 아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설득했던 자신의 모습이 밉다. 성정체성은 엄마가 인정하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님에도 그때는 몰랐다.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1년 동안 지인씨는 자주 울었다. 머릿속에는 마냥 아이가 불행하게 살 것이라는 걱정뿐이었다.

이 걱정은 곧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양육문제라고 생각했던 지인씨는 새벽 4시에 벌떡 일어나서 어릴 때 태권도를 시켜야 했었다는 둥의 어리석은 반성을 했다. 그렇게 1년쯤 힘들어하다가 같은 상황의 부모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성소수자 인권단체 2군데에 연락해 성소수자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부모의 게이 아들이 파트너와 6년째 잘 살고 있다, 행복하단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지인씨는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지인씨는 이것을 ‘자조모임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자조 모임은 공통적인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위해 얘기하면서 각자 도움을 얻는 모임을 말한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위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는 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 본인들도 참석을 한다. 이들은 대개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방법을 찾으러 온다. 혹은 이미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갈등이 심하고 내쫓기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오기도 한다.

모임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3시간씩 집단상담처럼 진행된다. 마련된 3시간은 대개 모자란다. 자기소개를 마친 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우느라 3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인씨가 가방에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표식을 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PD

◇ 끌림은 끌림일 뿐


모임을 처음 찾는 부모들은 ▲정신병인가, ▲바꿀 수 있는가, ▲원인이 무엇인가를 가장 많이 묻는다. 이런 초보의 질문에 베테랑 부모들은 정확한 근거와 다양한 예시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또 모임을 찾은 부모들은 자녀가 바뀔 수 있다는 1%의 희망을 대개 놓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지인씨는 끌림은 바꿀 수 없고 학습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인씨는 “누가 소수가 되고 싶고 혐오의 대상이 되고 싶겠는가”라며 “일부러 포르노를 보고 노력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끌림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성애자인 이들에게 동성애 포르노를 보고 동성애를 하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40대 이성애자 아내 내담자가 지인씨에게는 기억에 남는다. 남편과 20년 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아서 고민이었던 이 아내는 20년 만에 남편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혼을 했다. 하지만 20년 동안 자신만 스스로 좋아했다는 생각에 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을 보았을 때 지인씨는 억지로 한 결혼이 더 많은 이성애자들을 괴롭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인씨는 “자신의 자녀와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다고 생각해보라”라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살게 해주고 혐오의 대상으로 몰지 않는다면 그렇게 억지로 하는 결혼이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이성애자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가 원하는 파트너를 찾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람이다. 소수에서 맞는 짝을 찾기란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의지하는 성소수자 커플들을 보면 그저 부럽다. 

 

22일 마포구 서교동에서 성소수자 부모모임 송년회가 열렸다. / 사진=변소인 기자

◇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송년회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듯 평범한 송년회가 열렸다. 여느 송년회처럼 축제 분위기기가 이어졌다. 친한 가족들이 모여 안부를 물으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하나 다른 점은 보기 드문 ‘성 중립 화장실’ 2곳이 마련된 것.

자식 걱정으로 공기가 무거울 것이라는 짐작이 무색할 만큼 성소수자 부모모임 송년회는 ‘밝음’ 그 자체였다. 처음 본 이들과 쉽게 말문을 트고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 있을 만큼 끈끈한 연대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에 마련된 의자에다 추가 의자를 더 놓아서 최대 80석을 마련했지만 본 행사 시작 15분 전에 이미 83명이 자리를 메웠다. 진행 요원에게 늦게 참석하는 사람들은 어떡하느냐고 묻자 “서 계셔야 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7살 꼬마숙녀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60대까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송년회는 나이도, 성별도, 성정체성도 가지각색이었다. 카메라 촬영 가능 여부에 대한 의견도 달라 촬영가능, 촬영불가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실명이나 예명을 택해 표시했다. 

 

22일 열린 성소수자 부모모임 송년회에서 한 성소수자 부모님이 진행을 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송년회 사회는 한 게이의 부모님이 맡아서 진행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에 대해 설명하면서 남성들은 앉아서 볼일을 봐줄 것을 요청했다.

올해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유난히 바빴다. 커밍아웃 사례를 담은 ‘커밍아웃 스토리’ 책을 출판했고 독립적인 사무실을 마련해 상근 직원까지 두게 됐다. 특히 올해 7번이나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모두 참여하면서 퀴번기(퀴어+농번기)를 무사히 마쳤다.

한 해 동안 고생한 의미로 시상식이 이어졌다. ▲최초 신청자상, ▲가족 포섭상, ▲반전 활동가상, ▲감동 인터뷰상, ▲후방 조력상, ▲공로상 등 6가지 부문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상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한 회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가장 먼저 송년회 참석 의사를 밝힌 이, 가장 많은 가족들을 모임에 데려온 이들, 처음 활동 시 우울한 모습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바뀐 이들, 시청자‧독자의 심금을 울린 인터뷰이들, 그 외 모임에서 활약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특히 가족 포섭상을 받은 수상자는 3년 전부터 부모모임을 찾아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는 법을 철저히 연구했다. 전략을 세우러 모임을 찾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성소수자 부모들이 알려준 노하우와 철두철미한 전략을 통해 커밍아웃은 성공했고 이번에 부모님과 누나까지 대동해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파트너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러 미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자신을 뺀 온가족은 이곳에서 송년을 즐겼다.

같은 상을 받은 다른 수상자는 성소수자 어머니다. 1년까지는 슬픈 얼굴로 모임에 참석했다는 이 어머니는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 시기가 지난 뒤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석하면서 현재는 온갖 활동에 다 참여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년에 할머니까지 모셔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소인 기자
산업부
변소인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통신, 포털을 담당하고 있는 IT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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