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들-차별을 없애는 사람들]⑧ 이지하 숭실대 교수 “크리스찬이지만 성소수자 연구 당연해”
[소수자들-차별을 없애는 사람들]⑧ 이지하 숭실대 교수 “크리스찬이지만 성소수자 연구 당연해”
  • 변소인 기자(byline@sisajournal-e.com)
  • 박견혜 (knhy@sisajournal-e.com)
  • 차여경 (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19.01.1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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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 확장성 연구 계획…한국성소수자연구회에서 상반기에 새로운 책 선봬
숭실대 전화 마비되기도…성소수자 편안한 교회 찾아서 다녀야

 

“성소수자가 아니지만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특히 국내에서 이런 연구가 필요했다.”

11일 숭실대에서 만난 이지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이유를 다부지게 말했다. 교수실 문에서부터 무지개 빛깔 그림이 맞이했다. 교수실 안쪽에도 곳곳에 무지개 색 스티커와 사무용품이 자리하고 있어 이 교수의 관심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긁어준 책이 3년 전쯤 출간됐다. 성소수자에 대한 학문적 관심으로 뭉친 한국성소수자연구회는 지난 2016년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인권운동가가 아닌 학계에서도 성소수자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학문적, 사회적으로 발전시킬 목적으로 책을 펴냈다.

이제 이 책이 올해 새롭게 보완돼서 다시 출판된다. 기존의 책이 판매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았기에 정식으로 출판하게 된 것이다. 주제도 다양해지고 내용도 늘어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커밍아웃 영역을 집중적으로 집필했다. 따뜻하고 달달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가 출범하기까지.

해외에서는 성소수자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분석한 학문이 잘 발달돼 있다. 동성애가 후천성면역결핍증인 HIV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전 세계서 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학문적으로 많이 연구되지 못했다. 성소수자 관련해서 나서는 분들이 적었다. 그런 상황에서 학문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사가 유사했던 이들끼리 우연히 뭉치게 됐다. 기본적으로 친했던 이들끼리 마음을 합친 것도 아니었고 알음알음 모여서 연구회를 결성했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

6월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때까지 책을 내자는 일념으로 급하게 만들어 냈다. 책 한권을 만드는 데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출판사와 협업한 것도 아니고 직접 인쇄소를 수소문 해가면서 만들어내게 됐다. 그땐 비매품이었지만 아직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안에 내용을 보완한 정식 도서를 판매할 계획이다.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한다고 하면 대개 왜 성소수자를 연구하는지 궁금해 하면서 사연이 있거나 가족 중에 누군가 성소수자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데 왜 이런 연구를 하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에는 성소수자인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는 당연하게 하는 일인데 왜 이런 시선이 따를까. 이런 거부터 저희 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11일 이지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실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11일 이지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실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주변에 성소수자를 접할 기회가 있었나.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는데 성소수자들이 사회복지 안에서는 편안하게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관련 전공에 성소수자 교수와 학생도 많았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서 거부감이 없었다. 공부를 하면서 여성복지와 인권에 관심이 생겼다. 주변에 양성애자 친구가 있었고 게이 친구도 있었다. 한국에 와서 너무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나.

너무 놀랐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라. 도대체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까지 하는가 싶었다. 상대방을 때린 것도, 아프게 한 것도 아닌데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학생들이 생각보다 힘들어한다. 교수들도 혐오발언을 많이 한다. 나는 다문화 수업이나 다양성의 이해 등의 수업에서 한 세션 정도는 최소한의 편견이나 근본적인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사회복지 서비스 관점에서 성소수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기독교 신자인 것 같은데.

교회를 다닌다. 모태신앙이다. 나름 신앙이 공고한 사람이다. 배타적인 교회를 보고 교회를 다시 선택하게 됐다. 성소수자들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교회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교회도 있지만 건강한 생각으로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교회도 많다. 진보적인 교회를 찾아서 다니고 있다.

그래도 동성애에 부정적인 교회가 많은데.

성소수자들 가운데 교회에서 상처 받는 이들을 많이 봤다. 성서대로 따져보면 성경에서는 레즈비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계가 있는 이런 내용으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기독교가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이유는 기독교 정체성을 종북과 게이에 대한 분노로 전환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기독교에 대해서 공격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성소수자들이 충분히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교회를 찾아서 위안을 받길 바란다. 우리나라 교회가 하나로만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11일 이지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실 문 앞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11일 이지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실 문 앞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기독교 재단인 숭실대에서 이런 목소리 내기 쉽지 않을 텐데.

예전에 기독교 단체에서 내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연구를 한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게시글이 퍼진 적이 있다. 기독교 단체들이 학교로 항의전화를 해왔다. 연구실뿐만 아니라 학과사무실, 단과대 사무실, 총문회, 학교 대표 번호, 총장비서실 등 모든 전화를 이틀 정도 마비시켰다. 학교 다른 분들에게 죄송했다. 학교 측에서도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이기 때문에 불편해하긴 하더라. 그렇지만 학자에게 연구 주제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조언을 많이 요청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어려워하는 것 같다. 다만 모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환영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응원한다. ‘엄마 나는 외향적이야’, ‘엄마 나는 사과를 좋아하는 것 같아’, ‘엄마 나는 고기를 좋아해’라는 것처럼 ‘엄마 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하면 그런 남자를 같이 찾아보자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환영해주고 축하해 줘야 할 일이다.

당신의 아들이 성소수자라면.

어린 아들이 하나 있는데 신생아일 때부터 그런 가정을 해봤다. 이 아이가 “엄마 나 게이야”하면 순간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스스로 여러 번 진단을 했는데 아이가 커서 10년 후쯤 돼서 정말 커밍아웃을 했을 때 그때는 세상이, 사람들이 달라져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아이가 편안하게 커밍아웃을 하고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어떤 연구를 더 하고 싶나.

안식년이 되면 올해 가을 쯤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많은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는데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되더라. 부모모임이 따뜻해서 모든 성소수자, 언론 들의 진입처가 되고 있는데 이 모임의 확장성, 성소수자 당사자의 확장성 등에 대해 배워올 거다.

미국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어떤가.

조직적이고 크다. 모든 지역마다 지부가 있다. 연합체가 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국내 부모모임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맞는지 보고 싶다.

한국 성소수자 부모모임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 극성스러운 어머니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현됐다. 성소수자 아이들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싸우고 대응한다. 이런 열정이 좋게 작용했다. 국내 부모모임은 문지기 역할, 서로에 대한 연대 및 위로를 해주는 자조모임, 성소수자와 부모님들을 이어주는 연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성소수자연구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는 활동가들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 연구하려고 한다. 10명 정도 되는 소수 활동가들이 거의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 자신을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분들이다. 활동하는 분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들이 너무 바빠 인터뷰 할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다. 또 성소수자의 위계화, 성소수자의 생애사 연구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왜 싸워야 하는 일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심한 혐오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누구를 미워하는 미워하는 사람이 가장 힘이 든다. 서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변소인 기자
산업부
변소인 기자
byline@sisajournal-e.com
통신, 포털을 담당하고 있는 IT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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