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이주영 박사 인터뷰…“현재 인권위법은 차별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어”
“차별금지법은 현대사회 가치를 위한 법…정부와 국회에서 혐오‧차별 뿌리뽑도록 도와야”

차별의 범위는 넓다. 괴롭힘과 폭언 행위도 모두 차별의 범위에 속한다. 고용이나 교육 면에서 드러나게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것도 물론 차별이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이런 모든 차별 사유들을 정의하고, 보호하는 법안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임시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이주영 박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든 타인의 기본권인 평등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관련 법안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자들의 인권이 아닌, 소수성을 지닌 모두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이 박사를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 만났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인권위법이나 개별 차별금지법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은 차별의 조사와 시정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차별의 다양한 유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또 성, 장애, 연령 등에 관한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은 있지만 인종,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범을 포함하는 법률은 없다. 해외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은 직접차별 이외에도 간접차별과 괴롭힘, 혐오나 차별 조장도 차별로 규율하고 있다. 인종차별금지는 물론이고,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도 포함하는 것이 인권 선진국들의 추세이다. 인종차별,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것은 거듭된 유엔인권기구의 권고였다. 간접차별, 괴롭힘 등 차별의 유형에 대한 규정을 담고, 성별, 장애, 연령, 학력, 인종,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 우리 사회에서 주요하게 나타나는 차별 사유들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해외 차별금지법와 평등법 사례가 있다면.

유럽 기본권헌장은 성,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및 사회신분, 유전적 특징, 언어, 종교 또는 신앙, 정치 및 기타 견해, 소수민족 여부, 재산, 출생, 장애, 연령 또는 성적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발전시켜 온 차별금지에 관한 입법지침은 직접차별 뿐 아니라 간접차별, 괴롭힘(성적 괴롭힘 포함), 차별지시를 차별의 범위로 포함해 규율하도록 유럽연합 회원국들 내에서의 입법의 발전을 촉진해 왔다. 국내에는 영국의 평등법 (Equality Act),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 등이 대표적으로 소개됐다. 호주와 캐나다도 차별금지법, 인권법 등의 이름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갖고 있다. 미국의 민권법도 차별금지와 평등에 관한 대표적 입법례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성소수자 혐오 단체들이 대표적이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은 이 현상을 ‘갈등’이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더라.

갈등은 대등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다를 때 충돌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어느 쪽도 옳고 그름이 없는 당사자들이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 보통 갈등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차별은 인권의 가치에 따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차별이나 혐오는 옳지 않은 것이다. 성소수자와 혐오세력을 갈등이라고 표현하면 차별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차별과 혐오를) 이해해주고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사실 차별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들을 균질적으로 하나로만 규정지을 순 없는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자신과 다르거나 이질적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그 문제의 원인을 돌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현상이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여성혐오, 이주민‧난민,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로 번진다. 외국인이나 난민 범죄율이 내국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그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언론이나 미디어가 난민이나 정신질환 흉악범죄 사건을 더 부각시키기도 한다. 퀴어퍼레이드 일부 모습들을 비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퀴어퍼레이드는 축제의 장이다. 일각에서는 (참가자들의) 개별적인 표현방식에 대해 성소수자가 원래 그런 것처럼 왜곡을 한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이주영 박사가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이주영 박사가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최근 국가 관료 인사 청문회에서도 ‘동성애’ 혐오 발언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 발언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중에서도 공적인 책무를 가진 사람은 (사회적 책무가) 더 크다. 정치인들이 사회에서 혐오나 차별이 조장되는 것을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 정당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특정 소수자에 대한 정치적 혐오를 만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할 기본 가치 중 하나이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정치인들이 가장 기본적인 선을 지켜야 한다. 더 나아가 정치인들이 시민사회에서 평등 의식들이 싹 틀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10~20대가 혐오 표현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런 혐오표현들을 해결하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 이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초중고 교과과정에서 기본적인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의식과 가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마냥 혐오표현을 올리거나 공유하는 것을 금지할 순 없지 않나. 어린이, 청소년 때부터 혐오적인 내용들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냥 좋은 가치를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 현실 속에서 (혐오 표현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스스로 차별을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기는 힘들지만 그러한 교육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차별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은 법률에 의해 규제돼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 미투 운동, 혜화역 시위, 퀴어페스티벌 등 인권을 위한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결국 소수자들의 움직임으로 치부된다.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들의 인권만을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다. 우리는 같은 성향,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고립돼 사는 것을 이상적인 사회로 그리지 않는다. 다양한 배경과 성향,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며 교류할 수 있는 사회가 누구에게나 좋은, 안전한 사회다. 다양성이 존중돼야 더 풍부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운동이다. 소수자만의 운동이 아니다. 소수자는 정해져있지 않다. 우리 모두 각자 소수자 성향, 비주류 성향이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차별금지와 평등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정부, 국회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할만한 발언을 하지 않는 게 가장 기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한 시민의식들이 공유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한 미뤄지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하루 빨리 입법돼야 한다. 국회가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해줘야 한다. 차별이나 편견, 혐오를 조장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돌아다닐 때가 많다. 그런 것들에 대해 정부나 국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면 오류를 잡아줘야 한다. 편견이나 혐오들이 조장되지 않도록 정부나 국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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