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환수보다는 신청자격 완화부터…국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주길

청년이나 신혼부부와 같은 취약계층이 부모 도움 없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8억원을 넘어서는데 20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 직장인이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30년 넘게 저축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금을 마련했다고 치자. 그 사이에 집값은 내가 모은 만큼 올라가 있을 것이다. 

물론 온전히 내 돈으로 집을 장만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청약 조건을 개편해주고 주택구입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열악한 주거지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도시재생사업, 서울 지역균형발전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은 항상 뒷심이 부족하다. 주거복지 로드맵이라는 밑그림은 잘 그렸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 이를 수용하거나 문제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는 손을 놓고 있다. 

최근 정부는 신혼부부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해주기 위해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에 열린 신혼희망타운 기공식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공공주택을 만들고 신혼희망타운에 단순한 주거 공간 그 이상의 서비스와 가치를 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민들은 분양가가 너무 비싸고 소득기준과 청약 입주자격을 완화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관련 규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수저 청약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많은 취약계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신청자격은 뒤로 미뤄놓고 시세차익을 환수하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국토부는 최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아파트의 전매제한이나 거주 의무 기간을 정하는 기준을 주변 공시가격에서 실거래가로 바꾸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인근 지역 시세 수준이 기존보다 높아지면서 전매제한과 거주 기간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 정작 무주택자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입주조차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적당히 시늉만 내다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시한번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애써 만든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좀 더 뒷심을 발휘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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