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는 국내 규제로 사업 진출 제한…비식별화된 의료정보 법제화‧규제 명확화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음에도 복잡한 진입규제와 인허가 절차, 미비한 시장환경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비식별화 의료정보 법제화 및 규제 명확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송승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보고서 발표회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정부 주무부처도 없다. 늘 보조 분야로 취급받는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내부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며 체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법과 발전법도 없는 상태다. 헬스케어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투자액 상위 100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국내 기업은 없다. 미국이 72개로 가장 많다. 100개 기업 중 63(75%)는 국내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격의료,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의뢰하는 DTC유전자 검사항목, 진료데이터 활용 세 가지 부문에서 제재가 많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3가지 주요 이슈로 데이터, 원격의료, DTC 유전자항목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을 제한하는 진입 규제 시장 진입을 어렵게하는 인허가·평가 절차 복잡한 시장 구조 및 제한적인 시장 규모를 제시하며, 글로벌 혁신 경쟁에 진입하기 위한 제언을 함께 담았다.

 

보고서를 발표한 박정수 삼정KPMG 이사는 높은 의료기술력과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에 달하지만 아직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성장하지 못했다비식별화된 의료정보 개념 법제화, 자율적 활용에 대한 규제 명확화, 원격의료 허용 범위의 점진적 확대,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확대와 같은 진입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타트업의 제품에 대한 인허가·평가 기간이 너무 길어 시장 진입부터 막힌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 이사는 중증 및 희귀질환을 다루는 기술이나 체외 진단기기는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료 서비스의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진단·치료 비용으로 인해 질병 예방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관심, 혁신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인 의료기관과 성장이 제한된 시장 규모를 문제점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 수가 도입, 혁신 기술 도입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의료 시스템 및 규제 수출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부처 간 통합 지원 미비복지부 속도 느릴 순 있지만 부처 간 협력할 것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보고서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한편 이날 토론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관련 법안 미비와 규제 해소 속도에 대해 답답함을 표했다.

 

정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는 올해 초 정부가 민간합동으로 의료행위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는데 이후 소식이 없다. 진행되는 부분이 있나한국 시장에서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게 어떤 매력이 있느냐 고민을 많이 한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 진출 못하는 스타트업이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스타트업들이 한국 시장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는 스마트 의료기기를 팔다가 형사2범이 됐다. 의료기기를 팔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시도했다고 고소를 당했다며 영유아 체온관리 스마트 체온계를 개발했는데 영유아 체온데이터가 600만건이 있는데도 활용했을 때 고발당하면 감당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대표는 지금 당장 헬스케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돈 버는 것은 해외업체들이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돈을 못 버는데 규제만 없어졌다 해서 좋아할 사람은 없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민간보험사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수가체제를 마련해줘야 다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거버넌스(국가경영)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 부처 간 각자 전문성이 있고 업무가 있어 완전한 거버넌스 통합은 어려울 수 있다속도보다 사회,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도 협력하고 있다. 복지부, 과기부, 산업부가 함께 연구개발을 하기도 하고 헬스케어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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