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 추정 네티즌 “이른 출근, 늦은 퇴근에도 수당 지급 없다”…유한 “수당 지급 의무 없지만 지급, 근무 시간은 알아서 조정해야”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유한양행이 야간과 휴일 수당 지급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정부의 근로감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양행 일부 영업사원들은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에도 수당 지급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유한양행 측은 간주근로시간이나 탄력근무제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특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현재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제약업계와 유한양행 등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주 40시간 관련 유한양행 근로감독 결과’라는 글이 최근 게시됐다. 게시글의 골자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이 최근 유한양행을 근로감독한 결과 법적 문제는 없으나, 야근 수당 및 휴일수당 지급 실태를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 현재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이 글이 삭제돼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유한양행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블라인드에 게시한 글에서 “‘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관악지청이 사측 인사부서 담당자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글에 따르면 관악지청의 서류 점검 결과, 심포지엄 및 설명회 참석 관련 야근 수당 및 휴일 수당은 직원들이 청구 시 수령하게끔 제도적으로 규정돼 있어 법적 문제점이 없다. 다만 관악지청은 규정과 관계 없이 실제 인사 부서에 수당을 청구해 받는 사례가 유한양행에 정착이 안 돼 있어 청원이 들어온 것 같다며 사측이 내부적으로 야간 및 휴일 수당 지급 실태를 자체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이 네티즌은 “제도적으로 사측 규정은 엄연한 불법으로 2~3시간 근무를 해도 사측이 정한 1시간이나 1.5시간만 지급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실제 수당 청구 또는 현실적 사측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관악지청이) 유한양행 노조위원장도 면담했다”며 “사측과 이 부분을 잘 협의해 내년에는 수당청구 및 지급이 정상화되는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 바란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휴일 및 야간 연장 근무 시 수당 청구가 안 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근로감독 청원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신고로 사측대표 및 노조위원장을 소환한다”고 덧붙였다. 

 

이 네티즌은 아울러 현재 유한양행에서 문제가 되는 1시간 이른 출근과 2시간 늦은 퇴근 부분에 대한 특근수당 지급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이뤄지는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는 회사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 네티즌은 “자료는 전부 수집 중이며, 이 부분은 법적 제재가 들어가는 2019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블라인드 게시글 내용에 대해 관악지청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나타났다.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 관계자는 “(블라인드에 나온 내용은) 거의 사실이다”고 확인했다. 

 

반면 유한양행은 블라인드 게시글 내용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 6월 말까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특근수당을 지급해 왔다​면서 ​간주근로시간이나 탄력근로제로 근무하는 사원들에게는 특근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서 간주근로시간이나 탄력근로제로 근무하는 사원은 대개 영업사원을 지칭한다.  

 

간주근로시간제란 실제 근로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소정근로시간, 업무수행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시간 또는 노사가 서면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탄력근로제란 일정 기간 내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근로시간을 매일, 또는 일주일 단위로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회사 외부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업사원들은 정확하게 근무시간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특근수당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현재 영업사원들에게 특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7월부터 영업사원 근무시간이 줄어든 점도 덧붙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사 HR팀이 최근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특근수당을 지급하는 국내 제약사는 사실상 유한양행 밖에 없다”면서 “일부 영업사원이 과거에 비해 특근수당이 감소한 것에 불만을 품고 관악지청에 청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블라인드에 제기된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주장에 대해서는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영업사원 스스로 알아서 낮 근무시간을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측 주장을 정리하면 다른 제약사들은 거의 지급하지 않고 있는 특근수당을 과거에 이어 현재도 지급하고 있으며, 근무 시간은 영업사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운용하면 된다는 게 요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블라인드 내용과는 달리 회사가 관악지청으로부터 권고 받은 내용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탄력근로제 하에서 특근수당을 지급하는 국내 제약사는 유한양행 뿐인데, 블라인드 게시글 내용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 초반이기 때문에 회사는 물론 사원들도 정확한 제도 내용이나 취지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타 제약사들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더 공부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는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이같은 처벌은 정부가 6개월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오는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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