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울산지노위 ‘기준미달 휴업수당’ 승인 여부 발표, 노조 부분파업 단행 중…지주사 전환 논란까지 첩첩산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중공업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해양사업부 인원감축에 나서는 가운데 노동조합과의 갈등 골이 깊이 파이고 있다. 오는 18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기준미달 휴업수당 판결을 기점으로 노사 관계의 새 국면을 이끌지 주목된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올 임단협도 물꼬를 틀지 관심사다. 다만 울산지노위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노사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오는 18일 현대중공업의 ‘기준 미달 휴업수당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울산지노위에 해양사업부 생산직 근로자 2600명 중 1220여명 대상으로 기준미달 휴업수당 지급을 신청했다. 지난 9월 변경 신청을 통해 회사는 최종적으로 휴업기간 8개월간 휴업수당 평균임금 40% 지급 승인을 신청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귀책사유로 휴업 시 평균임금의 70%를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사업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아 회사는 이 기준 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회사는 해양사업부 일감이 끊겨 손실 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는 지난 8월 20일 나스르 원유생산설비의 마지막 물량을 출항한 이후 일감이 끊긴 상태다. 당시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대표는 담화문을 내면서 "일이 없는 만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울산지노위의 판단은 올해 임단협을 앞둔 노사 관계에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노위가 회사의 기준미달 휴업수당 신청을 승인할 경우 회사가 내세운 자체 긴축 방침에 힘이 실린다.

반면 회사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노조측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휴업수당을 지불할 수 있으면서도 급여를 줄였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올 임단협 등 회사와의 협상에서도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노조는 회사의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신청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동안 전체 조합원 1만2000여명에게 부분파업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노위의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18일에도 지노위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휴업수당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노사 갈등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노위가 휴업수당을 승인할 경우 노조는 더 큰 반발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까닭이다. 앞서 노조는 지노위가 회사의 휴업수당 신청을 승인할 경우 다음날인 19일부터 총 파업을 돌입할 거라 선언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결과에 따라 중앙쟁대위 판결에 따라 향후 파업 일정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달 가까이 중단된 올 임단협도 해를 넘길 거란 우려도 나온다. 노사는 지난 8일부터 울산시와 함께 노사정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나 노사 간 갈등 골이 깊게 파인만큼, 아직까지 실질적인 타결까진 갈 길이 멀다는 전언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이 도래한 지난 2015년 이후 4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노조는 지난 2년간 임금동결에 합의했지만 장기화 되는 경영난에 노사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한편 회사의 잦은 구조조정은 노동계 역풍을 부른 동시에,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지주사 전환 과정 중 편법 승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이 회사의 이익보다 총수 일가의 사적이익에 집중됐다​"라며 그룹 총수일가를 정조준했다. 회사 대외적 경영난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보다 총수 일가의 사적이익에 주력했다는 주장이다. 

 

제 의원은 "사업 분할 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0.2%에 불과했지만분할 이후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은 25.8%까지 올랐다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분할 전 현대중공업 주식을 617주 보유했을 뿐이었지만분할을 통해 지분 5.1%의 현대중공업지주 3대 주주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를 현대중공업에서 떼내어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제 의원은 현대오일뱅크의 배당 시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사업 기회를 활용하는 대신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하면서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사업 재편 작업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사업 기회유용 여부를 살펴 보겠다”고 표명한 만큼 향후 현대중공업의 사업 재편 과정을 두고 다소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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