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위해 벤처캐피탈 접촉 늘려…투자단계 맞지 않아 애로 겪기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 투자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 파트너를 찾기 위한 ‘물밑작업​에 여념이 없. 벤처투자 계열사 없이 이제 막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조건에 맞는 투자를 진행할 VC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 내부에서 요새 벤처투자가 기업들에게 필수 요소인 것처럼 여겨지면서 스타트업 물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케 늘어나는 추세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을 각 산업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육성한 스타트업을 그대로 인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다른 기업들의 투자 증가 배경은 나쁘지 않은 벤처 시장 흐름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벤처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액도, 회수 규모도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 회수액은 125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늘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는 단독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여러 투자자들이 함께 투자하기도 한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모험자본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망기업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이나 VC들이 투자 비율을 나눠 수익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막 벤처투자를 뛰어든 기업들은 함께 투자할 VC 파트너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롯데, GS 등 일부 대기업 같이 기업 안에 벤처투자 계열사나 액셀러레이터가 있다면 스타트업 투자가 훨씬 수월하지만, 투자유치 금액이 크지 않은 중견기업 같은 경우엔 쉽지 않다.

 

대형법인 A기업은 최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혁신 부서를 꾸렸다. A기업은 현재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할 VC 파트너를 찾기 위해 수소문 중이다. 유망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잘 파악하고 빠르게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VC를 원하지만, 아직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A기업 관계자는 “2018년이 2개월밖에 안남아서 빨리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업계를 잘 알고 있으면서 투자 속도가 빠른 VC를 찾기가 어렵다. VC 투자 속도를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서로의 니즈(Needs)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B의 경우엔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의 모의 투자설명회(IR)를 찾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엔젤 투자를 통해 수익과 동시에 협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젤투자 전문 VC와 접촉하지 못해 투자 건 수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투자 유치금액이나 투자단계가 맞지 않아 기업과 VC가 함께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투자를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은 유니콘(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창업기업)을 키워낸 유명 VC를 원한다하지만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나 기업가치와 맞지 않다. 실적이나 투자 속도를 중심으로 벤처투자에 접근할 경우 파트너가 찾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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