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R&D세액공제 확대까지 요구…국세청 "세정지원 대상에 대기업은 제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 말까지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고 밝힌 국세청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과 비정기 세무조사 축소 방침을 재차 확인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이 명백한 탈세혐의자에 대해선 지체 없이 과세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무조사 유예를 공식화한 만큼 세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와 세무행정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국세청에 따르면 한승희 국세청장은 전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제외하고 올초 국세행정 운영방안에서 밝힌 비정기 조사도 축소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날 한 청장이 대기업을 콕 집어 세정지원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재계 10위권 내의 주요 대기업 CEO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단순히 ‘립서비스’ 차원을 넘어선 국세청의 실질적인 세정지원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가 주요 사정기관들이 재벌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업계는 국세청과 재계의 이번 만남을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세무조사 유예와 이에 준하는 세무검증 배제 대상에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포함시켰다. 대기업은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고용지표가 최악을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기업에게 정부가 결국 머리를 숙였다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계는 국세청의 세정지원 발표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대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의 대한 추가적인 세정지원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적용되는‘연구·인력개발비(R&D) 세제공제’ 확대 카드를  내밀었다. 현재 연구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와 상여금은 세액공제 대상이지만 퇴직금은 제외된다. 만약 재계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세수입 감소는 불가피하다.

또한 국가가 당연히 행사해야 할 과세권을 내년 말까지 포기하겠다고 나서면서 탈세조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청장이 앞서 지난 8월 16일 서울지방국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무조사 유예는 한시적이다. 그렇게 염려할 사안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런 결정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행기관으로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국세청의 역할론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별 세무조사로 알려진 비정기 세무조사의 축소는 어떤 기준에서 어느 기업까지 줄이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밀실행정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안고 있다. 특별 세무조사의 경우 국세청장이나 지방국세처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해 별도의 계획’에 따라 수행되는 조사인 만큼 축소에 대한 기준이나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특혜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기업의 세무조사 제외 대상은 중소기업이다"면서 "비정기 조사 축소 또한 대부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대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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