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분할로 노조‧산은 갈등…철수설 불식 위해 소통 나서야

한국GM이 ‘철수설’의 불길을 잠재우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올 연말까지 제품 연구개발(R&D) 법인을 신설하겠다는 회사의 경영 구상에 노조가 철수설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마저 한국GM의 경영 계획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법적 조처에 나섰다. 지난 4월 노사 잠정합의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는 아직까지도 현재형이 아닌 미래형 시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노조가 한국GM의 경영 계획에 이의를 제기한 이유는 고용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명분에서다. 앞서 지난 7월 말 한국GM은 올 연말까지 연구개발 법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부평공장에 추가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신설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제품 개발에 총력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신설이 아닌, ‘법인 쪼개기’​로 보고 인력 감축과 공장 매각을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을 2개 법인으로 쪼개면 생산 시설을 매각하거나 규모를 줄이기 손쉬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노조는 회사에 특별 교섭까지 요구하며 강경하게 대응 중이다. 지난 10일 법인분리를 막기 위해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공문 발송했다. 내달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도 노조의 입장을 전달해 국회 차원에서 법인분할 계획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인건비 절감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와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 측은 “R&D 분리 법인은 글로벌 GM에 대한 회사의 역할을 더 키우기 위한 투자”라는 입장만 재차 표명하고 있다. 업계서도 한국GM의 연구개발 역량은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확한 계획안을 내놓지 않은 까닭에 의구심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더하는 까닭에 회사 측의 조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말 한국GM의 법인신설 계획 발표 이후, 산은은 회사 측에 법인 신설에 대한 계획안 및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한국GM은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자료 제출을 연기했다. 


이에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국GM의 신설법인 설립 추진 관련 주주총회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비토 범위도 검토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설 법인 관련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현재로서는 이를 반대, 찬성을 결정할 수 있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면서도 “잠재적 위험이 있어 가처분 신청 절차 밟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의 말처럼 아직 사업 구상에 제동을 걸만한 뚜렷한 ‘명분’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 계획안을 제대로 밝히고 설득에 나서지 않는 이상 양측 입장차는 좁혀지지 못하고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전향적인 논의로 이끌 의무는 한국GM에 달려 있다. 

 

올 연말까지 한국GM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노조에 따르면 정관상 회사 측은 당장 내달 31일부터 법인신설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한국GM은 그 전까지 노조와 산은, 그리고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이 같은 동의 없이 계획을 이행할 경우 다시 한 번 노조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관측된다. 

 

공적자금을 수혈 받은 만큼 대내외적 갈등을 봉합하지 않을 경우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철수설에 대한 의심이 재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손익을 따지는 셈법이 대신 진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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