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험노출액 높지 않아…"국내 증시 영향력 제한적"

이달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이달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전망치보다 크게 웃돌면서 미국 경기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서 발표한 8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27.10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월인 9월에 기록한 2.7% 상승보다 0.2%p 높은 수준이며 지난 2009년 6월 이후 9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용과 노동 관련 지표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내 경기를 판단할 때 중요시하는 지표다. 민간 고용자 증가율과 소득 상승률이 높을 수록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 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에릭 로젠그렌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우리가 계속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앞으로 2차례 인상을 넘어 (금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도 미국 고용지표 발표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은 69%까지 상승했다. 오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72%로 나타났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8월 고용지표는 연준의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했다"며 "연준의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내년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연내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확신이 더해지면서 신흥국들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른 조건에 영향이 없다면 통상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국 경제가 탄탄한 상황이라면 일정 수준에서 환율이 안정화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신흥국 가운데 미국발 긴축 행보에 위기감이 커지는 곳은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경제 상황에 우려감이 큰 국가들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외화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경우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에 불안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국내 투자자들은 아직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과 한국경제는 기초체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역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올리면서 일단 선진국 긴축 행보에 동참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고용부진과 부동산 부담, 해외 경제 불안 등 악재 속에 금리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10월이나 11월 중 한차례 가량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터키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환율은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쉽게 흐름이 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에서는 신흥국 위험노출액(익스포져)가 높지 않고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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