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병 환자 대상 저염식 식사 제조‧배송… “사회적기업이 성장해야 사회문제 해결될 것”

 

맛있저염은 김슬기 대표의 경험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콩팥병을 앓았던 김 대표는 저염식을 시작해야만 했다. 저염식 대부분은 심심했고, 맛이 없었다. 많은 환자들이 이같은 고민을 갖고 있을거라 김 대표는 생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김 대표는 맛있저염의 대표이자 소비자다.

 

함께 사회적 사업가 경영교육을 듣고 있던 김현지 대표와 뜻이 맞았다. 한 때 정의로운 언론인을 꿈꿨던 김현지 대표는 창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두 명의 김 대표는 2016년 말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맛있저염은 저염식단을 구성하고 제조해서 배송해주는 스타트업이다. 올해 하반기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420명이 맛있저염을 이용했다.

 

맛있저염은 저염식을 먹는 환자들을 직접 만나며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영양사, 조리사, 마케터들이 합류해 회사 규모가 조금 더 커졌다. 모든 사람들의 식사를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김슬기(이하 슬), 김현지(이하 현) 대표를 지난 2일 서울 공덕 서울창업허브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맛있저염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회사 명은 다르다고 들었다.

 

:병을 관리하기 위해 저염식단을 먹었는데 너무 맛없었다. 평생 이런 식단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맛있는 저염식을 만들기 위해 생긴 스타트업인만큼 직관적이고 발랄한 이름을 지었다. 처음엔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느낌의 사업명을 짓고 싶었다. 그러나 환자분들에게 식사요법의 즐거움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맛있저염을 선택했다.

 

:모든 식품기업이 맛있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한다. 맛있저염으로 법인명을 지으면 잘 통과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우리 회사의 비전은 물리적 제한 때문에 먹는 즐거움을 잃은 분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잇츠 마이 플레져(Eats My Pleasure)라는 이름을 새로 지었다. 먹는 것이 곧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줄여서 잇마플이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준비했다. 슬기 대표의 경험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동기는 강력했다. 우리 서비스는 단순히 식사가 아닌 의학, 영양학, 식품개발, 요리연구가 다 포함됐다. 자문단을 모으는 게 힘들었다. 특히 환자가 조심해야 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중량 하나하나를 재서 한 끼를 구성해야 한다. 데이터 모으는 것도 까다로웠다.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자 또 다른 난관을 만났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다양한 식사를 제공하고 싶어 한번에 12가지 반찬을 보냈다. 새벽 1시가 넘어도 일이 안 끝났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대표들의 이상적인 식단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식단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가짓수를 줄이고 양을 늘렸다. , 계란 살충제 파문도 있었다. 당시 만든 식단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우리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파악하려고 한다. 나같은 경우엔 서비스 제공자이자 이용자다. 경영을 하는 제공자와 이용자는 서로 시각의 차이가 있다. 경영자들은 비용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다시 고객의 입장으로 돌아서 생각하려고 한다. 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흔히 사회적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맛있저염을 만드는 잇마플은 사회적기업이자 스타트업이다어떻게 수익성을 내는가.

 

:우리는 사회적문제와 밀접한 기업이다사회적기업 중엔 수익 창출과 사회적 가치를 내는 분야가 다른 곳도 있다맛있저염은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환자들의 식사요법을 개선시키는 것이 우리의 사회적 가치이기 때문이다결국 우리가 성장하는 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셈이다수익성은 대부분 정기배송에서 난다. 1:1 개별 맞춤형 식단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 구성을 다르게 해 가성비 좋은 식단을 출시할 계획이다.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지원이나 투자를 많이 받았다. 투자자들이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했나.

 

:프라이머와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에게 초기 투자를 받았고 지금은 후속 투자를 준비중이다. LH토지주택공사, SK사회적기업가 프로젝트 지원을 받기도 했다. 저염식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 점점 식사 제한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만성질환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사라는 기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많은 환자들을 직접 만나 데이터를 구성한 것도 도움이 됐다.

 

김현지 공동대표(왼쪽)과 김슬기 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서울 공덕 서울창업허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김률희PD

창업 당시 저염식 식단 시장은 어땠나. 대기업은 없었나.

 

:맛있저염은 일반적인 저염식이 아니다. 다른 영양성분까지 따져 신장병, 콩팥병을 앓는 환자 맞춤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콩팥병은 임상영향학적으로 관리할 게 많다.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대기업을 포함해 다른 기업들이 저염 식품은 내놓더라도 맞춤 저염식단을 내놓긴 힘들지 않을까. 스타트업만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다.

 

인상깊은 고객 후기는.

 

:같은 환자로서 소통하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맛있저염 식단을 먹은 후로 신장기능 수치가 안정됐다는 분도 계셨다. 이제는 대표님 건강은 어떠시냐며 저를 걱정해주는 고객들도 생겼다.

 

:김슬기 대표가 내겐 인상깊은 고객이다. 김슬기 대표가 걱정없이 저염식을 먹을 때 가장 뿌듯하다. 우리 식단을 먹는 환자분들 중 콩팥병 외에 암이나 다른 병을 앓는 분도 계시다. 그분들은 거의 먹는 것을 포기하셨다가 맛있저염을 통해 입맛을 되찾으셨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돈받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고객에게 들으니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겠다는) 의지가 다시 생기고 있다.

 

모든 이들이 식사의 즐거움을 되찾도록이 회사 비전이다. 지금은 콩팥병 환자들에게 정기배송을 해주고 있는데, 앞으론 사업 대상을 늘릴 계획인가.

 

:현재는 콩팥병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심혈관질환,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식단을 확장하려 한다. 식사에 제한있는 암환자나 노인분들을 위한 식단도 만들고 싶다.

 

:전국 병원에 콩팥병 투석실이 분포돼 있다. 환자들은 통원치료로 투석을 받고 있다. 병원과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간거래)를 통해 반조리식품 형태로 맛있저염 식단을 배송하려고 한다. 일종의 거점 배송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내년엔 병원과의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맛있저염의 목표는.

 

:서비스를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일단 내 건강을 잘 지키고 유지하고 싶다. 더 나아가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대부분 환자는 식단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인 (식이요법을) 이어가기 힘들다. 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식단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문제를 전부 해결하는게 우리의 바람이다. 콩팥병을 앓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업이 맛있저염이 됐으면 좋겠다. 저염식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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