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추진 1년째 거래소 관련 법안 전무…보안도 투자자도 못 지켰다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가상화폐, 블록체인 분야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후오비 카니발’에 참석한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는 1년 전부터 있어왔다. 가상화폐 관련 입법이 추진된 지 1년이 흘렀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박용진 의원 등 10명이 가상통화취급업(거래소 사업) 인가 규정을 신설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위원회심사단계에 멈춰 있다. 이후에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등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 거래소 자율규제안이 마련됐지만 해킹 등 보안 사고에 대처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 투자자들의 우려만 깊어가는 상황이다.

◇거래소 보안 사고는 ‘현재진행형’…자율규제안도 부족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문제가 사회에 크게 알려진 건 지난해 7월 빗썸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다. 당시 국내 최대 거래소로 알려졌던 빗썸은 직원 컴퓨터가 해킹돼 회원 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다. 단순히 개인정보만 유출된 것이 아니라 거래소 내 지갑(가상계좌)에 있던 가상화폐까지 빠져나가는 등 금전적 피해도 있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1년 간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해킹을 당한 거래소 유빗은 피해자들에게 마땅한 배상을 하지 못해 파산을 하게 됐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코인레일이 해킹을 당했으며, 빗썸 역시 해킹 사고를 한 번 더 겪었다.

피해 손해배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안 사고에 관한 거래소들의 약관마저 제각각인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거래소 12곳의 약관을 심사한 뒤 “거래 상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했다”며 시정권고를 내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거래소 보안 사고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지 않자 한국블록체인협회가 거래소 자율규제심사에 나섰다. 거래소들이 보안 관련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수의 거래소를 회원사로 둔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달 11일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과 보안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규제안과 심사 결과 모두 논란이 됐다. 현재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자율규제안을 따르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심사 결과 역시 해킹 사고가 발생했던 거래소에도 ‘적격’ 판정을 내려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입법화는 ‘제자리걸음’, 한 걸음도 못 간 투자자 보호

거래소 보안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원인에는 ‘입법화의 부재’가 있다. 법무법인 정세의 이진영 가상화폐 전문 변호사는 “적어도 네거티브 규제는 있어야 한다. 거래소 영업을 하려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며 “네거티브 규제조차 없기 때문에 보안 사고가 발생했던 거래소에 대한 징계도 전혀 없다. 해킹을 당한 거래소도 그대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안을 장담할 수 없는 해외 거래소들도 한국에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 온 거래소들의 경우,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국내 협회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자율규제를 보장할 수 없다.

이보다 심각한 건 투자자 보호다. 거래소 관련 입법이 1년 째 미뤄지는 동안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해킹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법적으로 자산을 보호 받지 못했다. 은행 고객들이 예금자보호법 등의 법적 장치로 예금을 보호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해킹 피해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래소 자체 배상안에 의지하거나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관련 입법이 전무한 탓에 소송 역시 쉽지 않다.

이 변호사는 “거래소 책임 범위 등 거래소 사업에 관한 부분이 법으로 정해져야 소송에서 손해배상 범위 등을 다투는 것이 훨씬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 입법이 없어 가상화폐 소송 전문가들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피해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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