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89조 폐지로 2023년까지 4000억원대 관세 부담 전망…오너리스크 심화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정부에 TCA 가입 요구 부담 느껴

/ 디자인=조현경 디자이너

항공업계 ‘빅2가 부품 관세 압박을 앞두고도 잇따른 오너리스크로 인해 정부에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는 모양새다. 대형항공사(FSC)들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항공기협정(TCA)에 가입을 정부에 적극 건의해 왔으나, 최근 그룹 경영 이슈로 인해 관세 감면 기간 연장조차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 까닭이다. 정책 건의에 앞장섰던 대형항공사들의 요구가 주춤하며 항공업계가 부품관세에 직면할 가능성도 불거진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적 항공사들은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를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그간 반도체 및 항공 부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 해주던 관세법 89조가 일몰 폐지를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관세법 89조는 항공기 및 반도체 부품 등,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을 받기 어려워 세율 불균형이 우려되는 물품의 면세를 규정한다.

정부는 수입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 감면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오는 2023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항공기 부품 관세 감면율은 내년에 80%로 줄어들고 2020년 60%, 2021년 40%, 2022년 20% 단계적 축소를 거쳐, 2023년 완전 폐지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이 기간 동안에만 4000억원 규모의 부품 관세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을 비롯한 항공사들은 관세 감면 폐지의 대안으로 TCA 가입을 요구해왔다. TCA에 가입한 항공사들은 상호 협정 체결국과 민간 항공기 수리시 발생하는 모든 관세 및 과징금을 면제받는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를 포함한 총 32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TCA 가입시 보유 기재 대수가 많은 대형항공사들은 물론, 항공여객 호조에 노선을 확대하고 신규 항공기를 대거 들여오는 저비용항공사(LCC)도 정비 및 부품 비용을 줄여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사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전체 매출원가 중 부품비는 13%가량을 차지한다​며 ​향후 관세 부담으로 인한 추가 부품비가 발생하면 무관세로 거래하는 해외 항공사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항공협회와 항공사들은 TCA 가입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지난 2016년 11월 협회가 TCA 가입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국회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협회와 항공사들은 해당 요구를 정부 부처에 적극 건의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는 TCA 가입 건을 두고 관계부처 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는 TCA 가입을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교통 산업 육성 측면에서 가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나 기획재정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규모 자본금과 기반시설을 갖춘 일부 민간 기업에만 관세 특혜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TCA 가입을 결정할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항공 제조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TCA에 가입할 경우 정부서 민간 항공제조사에 지원해왔던 연구개발 보조금이 금지되는 까닭이다.

설상가상으로 앞장 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온 대형 항공사들도 최근 잇따른 오너리스크에 TCA 가입 건은 물론, 관세 면제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소극적 요구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4월 불거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슈는 최근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로 확대됐다. 이달 2일 검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횡령 및 배임,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영장 발부는 기각됐지만, 검찰은 향후 상속세 등 탈루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한진그룹에 대한 위장계열사 혐의 등을 제기하며 그룹 경영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이 국토부와 결탁해 특혜를 받아왔다는 ‘칼피아’(대한항공의 영문 약자 KAL과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까지 증폭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최근 발생한 기내식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이슈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이번 기내식 사태의 발단을 놓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재건을 위한 자금을 챙기기 위해 기내식 공급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5년간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해 온 LSG스카이세프코리아는 아시아나항공이 재계약을 빌미로 1600억원 규모의 금호홀딩스 투자 건을 요구했다며 지난해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항공업계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TCA 가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건 부담되는 상황이다. 관세 감면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내놓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항공사가 잘못한 지점은 분명히 지적되고 개선돼야 하지만, 동시에 항공산업 육성 정책도 다각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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