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야당들 당 정비 속도…27일 첫 협상 녹록치 않아

국회 ‘공전’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야당들은 일제히 국회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국회는 지난 4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으며, 5월 30일 전반기 국회는 종료된 상황이다. 그러면서 국회의장단 선출,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등 하반기 국회는 원구성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6‧13지방선거의 영향이 크다. 4월 임시국회 이후 국회를 포함한 모든 정치권은 지방선거 선거전에 집중했으며, 이후 야당은 선거 ‘참패’로 당 정비에만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산적한 민생‧개혁법안들을 외면하고 있는 입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또한 향후 국회 일정들을 고려해 봤을 때도 당 정비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 짓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비판이 이어지자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25일 원구성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야당들이 원구성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아직 당 정비가 온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잡음이 발생하며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국회의장과 국회 운영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정무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두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협상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협상 의사 내비쳤지만…내홍 격화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주부터는 후반기 원구성과 산적한 민생현안에 대해 한국당이 정책정당으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주를 기점으로 원 구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계파나 선수(選數) 관계없이 능력 중심으로 상임위 배분과 위원장 간사 인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여론과 여당의 촉구에 원구성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당내 갈등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협상에 나서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은 이날 김 권한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심재철·이주영·유기준·정우택·홍문종 등 중진의원 5명은 이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투톱이었던 김 원내대표는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어 다시 민심을 배반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정치의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한 것도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준비위는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원내대표는 조기전대 반대 및 비대위 구성결정, 당 해체 쇄신안 발표, 비대위 준비위 구성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서 “더욱이 준비위 구성을 보면 지난 의원총회에서 앞장서서 김 원내대표의 사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독단적, 편향적 결정으로 시비거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치열한 당내 토론부터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도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당 진로를 논의했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초‧재선 의원은 총 74명으로 전체의원 112명의 66%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김 권한대행을 포함한 ‘복당파’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분위기이며,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에 대해 반발하며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김 대행이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있지도 않은 친박(친박근혜)을 만들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런 분에게 배의 키를 맡길 수 없다. 김 대행은 하루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중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까지는 관망하자는 의견도 분분해 귀추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27일 협상 나설 것으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오는 27일 원구성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로 김관영 의원을 선출하며 당 정비 작업을 일단락했다. 그동안 원구성 협상을 위한 국회 조기 정상화를 촉구해왔던 만큼 국회 상임위 배분, 국회의장단 선출 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와 정의 모임 원내대표인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7일부터는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해서 늦어도 7월 초에는 원 구성을 마무리할 것을 제안한다”며 “각 당이 선거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 힘든 경제 여건을 이겨내는 국민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확정되기 때문에 즉각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야당이 원구성 협상 의사를 밝히면서 빠르면 27일 원구성 협상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구성 협상은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18개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원구성 협상이 시작될 듯 보이지만, 협상 과정 또한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회의장의 경우 여당은 관례에 따라 문희상 의원을 후보로 선출한 상황이지만 민주평화당은 자유투표를 주장하고 있으며, 국회부의장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4당 체제 속에서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두고도 배분 숫자에 대해 각 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정무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구성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협상에 들어가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국회가 공전했기 때문에 비판 여론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각 당이 제시하고 있는 부분들을 보면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의 경우이지만 협상과정에서 파행을 겪으며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신임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여섯 번째)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동료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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