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크리에이터 육성 전략으로 차별화… SM 같은 뷰티 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날 것”

검은 뿔테 안경을 낀 '민낯'의 여성이 화면에 등장한다. “오늘 출근하는 과정까지의 준비과정을 보여드릴게요.” 민낯의 얼굴에 조금씩 화장이 덧대어진다. ​이건 톤업 효과가 있는 크림이래요.​ ​손등에 발랐을 때보다 얼굴에 바르니 생각보다 뻑뻑하네요. 

 

이 30분 남짓 되는 영상에 출연한 여성은 레페리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 '다또아'다. '다또아'는 구독자수만 120만 명에 달한다. 출근 준비 과정을 찍은 이 영상은 24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순히 홈쇼핑처럼 상품 정보만 제공하고 판매를 주 목적으로 하던 미디어 커머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이 뷰티 크리에이터들과 일상 속 라이프 스타일과 뷰티 팁을 공유하는 쌍방향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레페리는 이런 뷰티 크리에이터를 양성, 관리하며 뷰티 브랜드와의 마케팅을 돕는 매니지먼트사다. 지난 20일 최인석 대표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레페리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인석 레페리 대표. /사진제공=레페리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마음대로 자기 채널에서 보여줄 제품을 고를 수 있나.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특정 제품을 소개하는 기준은 어떤 것인가.

 

상품 선택은 크리에이터들의 몫이다. 뷰티 브랜드 회사에서 레페리에 마케팅을 제안하면, 퀄리티 체크 과정을 거친 뒤 이 브랜드 상품 리뷰를 잘 할 것 같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제품 샘플을 준다. 자기에게 잘 맞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추려 협의를 하면서 콘텐츠 기획 단계가 시작된다. 브랜드에서 레페리에 제안이 들어온다고 크리에이터들이 억지로 리뷰를 할 수는 없다. 크리에이터가 써보기에도 안 좋은 상품이면 영상 속 얼굴에 다 티가 나고 팬들과의 신뢰도에 악영향이 된다. 정말 자기가 추천하고 싶은 상품이 아니면 안 해도 된다. 판매 성과가 좋을 땐 한 건에 최대 1억원 이상의 수익이 나기도 한다. 

 

현재 레페리에 소속된 뷰티 크리에이터는 몇 명인가.

 

전속 크리에이터와 비전속 크리에이터를 포함해 총 220명 정도다. 활동 범위를 두고 회사와 크리에이터 간의 계약 관계가 강력하냐, 느슨하냐의 차이다.

  

2013년 창업할 때부터 레페리는 다른 MCN같이 콘텐츠만 집중하지 않고 미디어 커머스라는 개념을 함께 도입했다. MCN 뷰티 콘텐츠에 미디어 커머스를 접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창업 전에 자기개발을 주제로 글을 쓰는 블로그 활동을 했었다. 파워 블로거가 됐는데, 그때 뷰티 분야 파워블로거 친구들을 알게 됐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재밌었다. 한 명이 블로그에 추천한 제품이 금방 스타 제품이 되고, 안 좋다고 평가한 상품은 진짜 안 팔리더라. 그때 뷰티 콘텐츠가 특히 파급력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다만 콘텐츠 제작은, 취미로만 하면 퀄리티가 올라가지 않고, 전업하면 돈을 벌기 어렵다. 뷰티 콘텐츠를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고 재투자해 콘텐츠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창업 초기부터 고민했다

 

뷰티 분야 이외에 다른 분야로의 확장 계획은 없나.

 

라이프스타일 분야도 생각하고 있다. 평균 20대 초반인  현재 크리에이터들이 점차 나이를 먹으면 코스메틱에 한정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사는 공간을 포함해 삶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넓혀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뷰티라는 한 장르에 집중하고 전략을 고도화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을 취했다.

 

대표도 직접 뷰티 상품을 써보기도 하시나.

 

사실 아직도 화장은 잘 모른다. 그것보단 창업 당시엔 여성분들이 화장 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고,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과정까지의 소비 심리에 관심이 갔다. 우리 뷰티 크리에이터를 좋아해주시는 거의 99%가 여성분들인데, 이들은 화장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서 즐기고, 실제로 구매해보면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간다.

 

레페리 소속 뷰티 크리에이터 '다또아'의 영상 일부. /사진=다또아 채널 영상 갈무리
현재 MCN 시장 전체에 뷰티 크리에이터가 500명 정도로 많아졌고 계속 늘고 있다. 사실상 포화 시장이 된 것 아닌지, 크리에이터 간 개성을 차별화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시장에서 크리에이터 개개인의 개성이 다양화되는 단계라고 본다. 우리 소속 크리에이터들은 회사 도움 없이 크리에이터 각자가 직접 영상을 만든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들마다 만드는 영상 색깔이 분명하다. 다만 한국 시장의 시청자 규모가 한정돼있는 건 맞다. 크리에이터들끼리의 퀄리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 목표다. 아이돌 매니지먼트사처럼,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일정 기간 연습생 신분으로 있으면서 기획 단계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계의 SM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 목표다.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아이돌처럼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고 들었다. 뷰티 크리에이터들에게 필요한 자질도 있나.

 

앞에 아무도 없는데 마치 누가 있는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혼자 반갑게 안녕이라고 손을 흔들며 혼자 말해야 하니 방송인처럼 말을 재밌게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뷰티 분야 영상은 특히 메이크업에 들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 영상 제작이 힘들다. 우리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영상 촬영과 편집을 직접 하도록 한다. 그래서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근성이 필요하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최근 진행했던 한 오디션에는 140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지만, 오디션 이후 중도 탈락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레페리는 중국 요쿠 투도우 등 현지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시장 진출에 성공을 거뒀는데, 최근 베트남 시장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 진출 전략은 어떤지 궁금하다.

 

중국은 이미 왕홍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커머스 시장 기반이 탄탄하다.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오히려 한국 시장으로 가져오고 있다. 아직 동남아시아는 중국에 비해 소비력이 높지 않아 당장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베트남을 거점으로 시장 변화를 살피는 중이다. 해외 진출에는 현지화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현지에 진출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한국인이라는 이국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신선해 보이면서도 현지 채널도 개설하고 자막을 제공하면서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현지에서 직접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전략도 유효했다.

 

레페리의 5년 후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디어 커머스 분야에서 전세계 영향력을 발휘하면 성공한 것 아닐까. 뷰티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마케팅하고 판매까지 하는 모든 유통 과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제품을 보여주고 화장법을 보여주며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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