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99명 불법 후원 혐의…“수수자 측인 정치인·보좌진 등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월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과 전·현직 임원 등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20일 경찰이 신청한 황 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더 수사하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여자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특성상 자금을 받은 쪽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 부분을 보강해 수사하라고 경찰에 지휘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를 소명하려면 금품수수자 측 조사가 상당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지만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현재까지 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KT 관계자 7명을 입건하고, 황 회장과 대관부서인 CR(Cooperate Relation)부문 전·현직 임원 구 아무개씨(사장)와 맹 아무개씨(前 사장), 최 아무개씨(前 전무) 등 4명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상품권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소위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준 혐의를 받는다.

후원액은 ‘상품권깡’으로 마련한 4억 4000여만원 등 총 11억 5000여만원에 달한다. 상품권깡이 아닌 나머지 7억여원은 경조사비나 접대비로 명목으로 사용됐다. 다만 영수증 등 증빙·전산처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회계감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KT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젼 합병 등과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K뱅크 인가와 관련된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주로 공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KT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등 국회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후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19대 46명, 20대 66명이다.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여야를 불문하고 99명에 달한다. 의원별로 100만~500만원 수준이며 최고 1400만원이 불법 후원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황 회장이 범행의 계획부터 실행까지 총괄했다고 보고 있지만, 황 회장은 CR부문의 일탈행위를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원들은 황 회장이 보고를 받고 필요조치까지 내렸다고 진술했지만 황 회장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