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가맹점주 “가격인상 바라지 않는다”…본사는 “가격인상 위한 가맹점 단합에 당황”

내가 그게 아니라는데도 ‘너는 꼭 그것’이라고 오인받는 경험은 매번 따지고, 안타깝기도 지칠만큼 내 일상에서 관성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자기를 소개하자면, 나의 습관은 하필 ‘오해받기입니다. 나의 특기는 풀지 못한 오해로 발을 구르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미 그랬다. 대중교통 하차 태그를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일반이다. 여자 혼자 살기 무섭다는 말이 “그럼 결혼이 하고 싶은거야?”로 비화하는 순간 나는 잠깐 키보드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위는 사족이다. 억울한 예시를 나누려는 분수 넘친 감상이기도 하다. 하고자 한 이야기는 여기부터다. 

 

bhc 본사에 화난 가맹점주들이 지난 23일 전국bhc가맹점주협의회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이들 780여명의 bhc 가맹점주들은 협의체 결성 이유로 “bhc 본사의 부당한 폭거를 바로잡고 bhc가 건전한 프랜차이즈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을 들었다.
 

이날 자리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땅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햇빛을 피할 가림막 한 장 없었지만 이들에겐 더운 기색도 지친 기색도 없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본사 정책에 항의한 가맹점주가 한 곳에 모여 공동의 창(槍)을 들어보이기로 한 자리였다. 그러니 그곳엔 세상에 없던 것이 새로 태어나는 자리에서 풍기는 생동의 기운이 있을 뿐이었다.

협의회가 이날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 있었다. “우리 가맹점주들이 바라는 건 가격 인상이 아닙니다. 저희도 국민간식 치느님의 가격이 오르는 건 원치 않습니다. 다만 주요 공급 물품의 원가와 마진 공개를 원합니다 ”고 말했다. 이 주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재등장했다.

곧 오인의 말들이 쏟아졌다. 본사에서 협의회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는 본사가 가맹점에 30억원을 지원하는 등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과, 치킨 가격인상을 위한 가맹점 단합에 당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배달료 인상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맹점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치킨업계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배달료 또는 판매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bhc 가맹점 점주들 또한 가격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치킨 가격 인상 및 배달료 부과는 가맹점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치킨은 간식이고 소비자 생활물가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고 국민적 이슈임에 bhc 가맹본부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가격 인상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 쪽과, 상대가 가격인상을 요구해 당황스럽다는 쪽이 대립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격 인상은 예민한 문제다. “지금도 비싼데 또 올리려는거냐”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탓에 가격인상을 주도했다고 몰린 쪽은 앞으로의 유리한 입장을 다져나가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나 예민한 사안을 두고 이렇게나 뻔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너무 재미없다. 하지만 이 사건을 설명하는 데 이만한 표현이 없는 것 같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데, 정말 없던 호랑이가 생겨날 것만 같다. 개인의 일상적 억울함뿐 아니라, 꽤나 광역적인 억울함이 관성처럼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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