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의무’인 개헌안 국회 의결…야3당, 정치적 부담에 文 자진철회 촉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23일 오전 서울 국회 귀빈식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야3당이 문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헌법은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을 헌법상 의무로 선언하고 있어, 국회의 본회의 상정 불발 시 ‘위헌 국회’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개헌은 한 정파의 승패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성찰과 혁신의 성과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면서도 “국회의 논의와 별도로 제출된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대통령의 개헌안이 표결 불성립, 또는 부결된다면 개헌안 자체가 아니라 개헌 논의 자체가 좌초될 것이 명약관화하다”면서 “진정한 개헌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면, 초당적인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총의를 모아 개헌을 해내겠다”고 밝혔다.

야3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개헌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고 문 대통령의 자진 철회를 주장하는 이유는 정치적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고 ‘기명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130조 제1항은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결해야 한다’라는 것은 ‘의결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른 의미로 국회 의결을 국회의 헌법상 의무로 명문화한 것이다.

또 국회법 제112조 제4항은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을 기명투표로 하도록 규정해, 국회의원들의 찬반이 역사에 기록된다.

정치권은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통해 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개헌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찬성수 미달로 부결시키기에는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동시에 시행하겠다는 지난 대선의 약속을 저버리는 셈이 된다.

또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 상정이 불발될 경우 개헌안 국회 의결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위헌 국회’가 되는 부담을 진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국회 발 개헌안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지 않고 대통령이 낸 개헌안을 의결시한을 하루 앞두고 철회하라는 것은 국회 표결을 안 했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위헌 국회라는 비판을 피해가려는 주장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를 공약했음에도 드루킹 특검과 추경안 등 당파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흘려버렸다”면서 “개헌안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이나 국회 표결 등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또 “국회가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과를 내놓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엄정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별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찬성과 반대 또는 기권의 이유에 대해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안 공고 60일 이내 의결은) 헌법상의 강행기간”이라며 “대통령의 개헌안을 국회가 투표하지 않으면 국회가 중대한 위헌행위를 하는 셈이고,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 위헌행위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썼다.

반면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대통령의 개헌안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만들어졌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문제시된 대통령제 폐해에 대한 개선 내용이 없어 국회의 반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백 회장은 “대통령에게 헌법 개정의 권한이 있지만, 공청회 등 국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소수의 참모들이 개헌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절차가 올바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선적 순위로 개정돼야 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려 하지 않고, 후순위로 개정돼야 할 사항을 고치려고 하니 야3당이 협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국회는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입법촉구로 효력을 잃은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개정안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앞서 헌재는 2014년 7월 24일 재외국민의 국민투표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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