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피로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 겹쳐 '찬바람'···한반도 평화 기대감에 경협주로 투심 옮겨 가

국내 증시에 변화가 뚜렷하다. 그동안 활개치던 바이오주는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에 회계 이슈까지 겹치면서 투심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따른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주식은 새롭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무한정 이어질 듯 하던 바이오주가 한 순간에 풀이 죽은 모양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올해 3월 5일 장중 39만20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3일 26만2000원으로 33.1% 가량 떨어졌다. 회계처리 논란에 휘말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0일 장중 60만원을 기록했지만 이달 3일에는 39만원으로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35% 수직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이 올해 장중 최고가 대비 각각 47.1%, 37.3%, 33.8% 내렸다.

그동안 상승세가 이어진데 따른 피로감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 관련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업종 지수는 지난해 첫 거래 시작부터 지난달 11일까지 112.8%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떼어놓고 보면 4배 가까이 올랐다. 코스닥에 상장된 바이오주 역시 지난해 초, 늦게 상승세에 합류한 종목도 하반기부터 시작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7월 상장한 이후 지난 1월까지 4배가 급등했다.

여기에 회계 관련 이슈가 바이오주 움직임에 설상가상으로 직격탄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갑자기 변경해 흑자 전환했다는 것이 금감원이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3대 회계법인에서 적정성을 인정받은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기는 커녕 확산되는 모습이다.

비록 문제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회계 이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회계 감리 대상에 바이오 업체 10곳을 포함했다. 일부 바이오사가 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데 대해 적합한지를 따지겠다는 의도에서다. 만일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왔던 기업이 비용으로 수정해야 한다면 회계 장부상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2016년 말 기준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곳 중 55%에 해당하는 83곳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남·북 경제협력(이하 경협)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속히 이전되고 있는 점도 바이오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끝마치면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경협과 연관된 철도주, 개성공단주, 비무장지대(DMZ) 관련주, 유틸리티주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골고루 급등하면서 증시 이슈를 흡수하고 있다. 게다가 북·미 정상회담도 이달 내 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경협 이슈가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동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투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바이오에 쏠렸던 투심이 이제는 남북 경협주로 몰려가고 있어 바이오가 예전 같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며 “다만 바이오주 가운데서도 성장성이 높고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는 종목들은 계속해서 좋을 가능성이 높아 바이오주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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