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까지 노동절이지만 유커 찾기 어려워…관광업계 “여전히 북경·산둥지역서만 패키지 상품 판매 가능”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한반도에 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을 중단하겠다고 밝힌지 한 달이 됐다. 아울러 다음달 1일까지는 중국의 3대 연휴 중 하나인 노동절이다. 이쯤되면 국내 관광 1번지, 명동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기에 충분한 조건이 마련된 것 같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려야 하는 명동의 현주소는 어떨까.

30일 정오 찾은 명동. 점심시간을 맞아 주변 은행, 회사에서 몰려나온 직장인들을 제외하고 명동 거리를 채운 외국인은 드물었다. 서울 최고 기온이 25도까지 올랐고 하늘마저 화창했지만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드물었다. 오히려 개별 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보였다. 한 때 양 옆으로 늘어선 화장품 로드숍 거리를 지날 때 들려오던 중국어 역시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호객 행위 없이 착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30일 서울 중구 명동 모습.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사진=박견혜 기자
명동의 한 화장품 로드숍 점원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이 별로 없는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방문 고객의 7~8은 일본인이다”면서 “예전에는 거의 9가 중국인이었는데 작년부터 줄기 시작하더니 상황은 여전히 같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 점원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노동절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단체 관광객은 별로 없다. 한 두명 놀러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조금씩 사가는 수준”이라면서 “사드 보복 해제 분위기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명동 유네스코길 주변에 위치한 환전소 사정도 비슷했다. 환전소 사장은 “면세점이나 화장품 브랜드들이 노동절 맞이 세일을 한다고 해서 그런지 요 며칠 사이에는 사람이 많이 왔다”면서도 “하지만 1,2,3월에 비해서 달라진 건 못 느낀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중구 명동 모습.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사진=박견혜 기자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 전면 금지를 시작한 지난해 3월에 비해 올해 3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늘었다. 법무부가 발표한 ‘3월 외국인 입국·체류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인 입국자는 42만8000명으로 전월 입국자(36만7000명)보다 16.5% 늘었다.

 

지난해 37만 9000명이 방문했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3.0%(4만9000명) 증가했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2월(61만4000명) 수준에는 아직 한참 못미치지만, 방문객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만 관광업계에서는 아직도 중국인 패키지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은 북경과 산동성 지역에 한해서 단체 관광객 제한을 부분 허용했는데, 해당 지역 외에 다른 지역이 추가로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제츠 위원의 발언이 한 달이 지났음에도 구체적인 사드 보복 해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경과 산동 지역에 한해 패키지 모객을 하려고 해도 한국에 들어와있는 중국계 여행사들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는 탓에 국내 업체가 아예 패키지 모객에 나서지 않고 있기도 하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예전에 북경산동지역에 한해 단체비자를 허용한 적이 있었 는데, 현재에도 여전히 그 지역에 한해서만 패키지 모객이 가능한 상황이다. 따로 지역이 늘거나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 중에서 몸집이 큰 곳이 전부 중국계 여행사들인데, 이들이 저가(低價)로 중국인 여행객들을 들여오려는 과당경쟁 분위기가 있다”면서 “한동안 패키지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타이밍에 저가로 패키지 관광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패키지는 여행객을 들여와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패키지모객을 하고 있진 않은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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