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포함됐지만 또 ‘열린 안’…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뜨거운 감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2022년 대학입시 개편안을 두고 입시전문가, 학생, 학부모 등 관계자들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안도 ‘열린 안’으로 발표된 점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뚜렷해진 점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번 입시 개편안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전형 간 적정 비율, 수시‧정시 모집 시기 통합 여부, 수능 평가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를 골자로 한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은 ‘열린 안’이라면서, 숙의 과정을 거친 최종 개편안은 올 8월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현 중학교 3학년부터 새로운 입시 정책을 따르게 된다.

개편안은 그동안 제기된 입시 관련 문제들로부터 출발했다. 대학 전형 모집시기의 경우, 수시와 정시의 모집시기가 다른 탓에 매번 수시 전형 결과가 먼저 나오곤 했다. 이에 대해 결과가 미리 발표될 때마다 학교 수업 진행의 흐름이 끊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시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시 대신 학생부종합전형 등 고교 재학생들을 위한 전형이 확대되면서, 검정고시 출신이나 이른바 ‘N수생’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6.1%에 머물던 학생부종합전형은 2019년 24.4%로 늘어났으며, 2015년 31.6%에 이르던 수능전형의 경우 2019년 20.7%로 줄어들었다.

매년 비율이 늘어났던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선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학생부 일부 기재 과목은 학교·학부모의 지원 정도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는 탓이다.

영어, 한국사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나머지 과목은 여전히 상대평가인 탓에 입시 경쟁이 과열화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수능 평가방식 전환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다시 ‘열린 안’…전문가‧학부모 “또 바뀌면 어쩌나”

이번 개편안은 또 다시 바뀔 소지가 있다. 교육부가 올 8월에 숙의 과정, 공론화를 거친 최종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한 탓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수능 관련 발표를 실시한 이후 8개월만에 내놓은 개편안인데도, 아직 확정된 게 전무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진열 교육그룹 혼 대표이사는 “이번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지난해 8월 발표 이후 충분한 제고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은 개편안을 또 다시 내놨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번 개편안은 현재 학생, 학부모가 겪는 고충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학생부 종합전형, 정시 전형에 대해서도 정확히 확정된 바가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학 고민만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입시 정책은 매번 바뀐다면서, 이번 개편안 이후 또 다른 변화가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녀 진학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중3, 중2 자녀를 키우는 신경선(47)씨는 “학부모들은 이번 개편안을 ‘깜깜이’라 부른다. 지난해 발표된 것보다 진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열린 안’이다”라며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고, 수능 비율이 늘어난다면 계획대로 일반고에 진학시키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수능에 강한 특수목적고에 진학시켜야 할지 또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능 평가 방식 3가지 방안, ‘수능 절대평가’ 가능성 있어


수능 평가 방식에 대한 3가지 방안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안은 지난해 개편안에서 제시됐던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수능 100%전형 동점자 처리에만 원점수 평가제를 추가한다. 2안은 국어, 수학, 탐구엔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면서 현재 영어, 한국사인 절대평가 과목에 제2외국어만 추가하는 방안이다. 3안에선 국어, 수학, 탐구에 한해 원점수를 공개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변화가 포함된 수능 평가 방식 1안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 업계에선 지난해 제시됐던 수능 절대평가가 또 언급된 것에 미루어 보아,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관계자들의 입장은 벌써부터 엇갈리는 상황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입시 변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고등학교의 진학 담당 교사는 “일부 전형에 한해 원점수 평가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정 점수만 받으면 점수 차이가 나도 같은 등급을 받을테니, 고득점을 한 학생들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6년 간 고등학생 입시 과외를 해온 진재영(26)씨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변별력이 떨어져 이 역시 불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다. 수능 100%전형에만 원점수 평가를 도입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고, 또 다른 비교과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시도가 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은지(15)양은 “사실 아직 입시에 큰 관심이 없다. 고등학교 진학이 주 관심사”라며 “하지만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학원을 많이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친언니에게 1점 차로 대학이 갈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우려가 줄어들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김경현(14)군 역시 “수능 전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공부할 부담이 좀 덜할 것 같아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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