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실적 저조→부평공장 생산량 급감→협력업체 경영난 가중… “내수 의존 업체들, 문 닫기 직전”

2일 찾은 인천시 남동공단 인근 한국GM 협력업체 앞 거리. / 사진=윤시지 기자
“지금 GM 차를 사겠어요? 공장 물량이 나올 리가 없죠.”

한국GM 사태의 여파가 인천까지 번졌다. 인천 부평공장의 생산량이 줄어들자 부품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GM의 노사 간 7차 임단협이 결렬되면서 3월 내 합의는 불발됐다. 향후 노사가 추가 협상을 이어 가도 4월까지 정상적인 비용 집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GM 사태는 저조한 판매실적으로 직결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달 완성차 판매량은 4만126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가량 감소했다. 저조한 실적은 국내 공장은 물론, 한국GM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의 생산량 급감으로 이어졌다.

특히 인천에 위치한 한국GM의 1·2·3차 협력업체 수는 521개, 종사자는 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직·간접적으로 부평공장에 매출을 의존하는 협력업체가 상당한만큼 부평공장의 생산량 감소는 협력업체들에게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부평공장의 완성차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생산량은 2016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5%나 감소했다.

기자가 방문한 남동공단은 이런 부평공장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2일 오후 11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한국GM 협력업체 공장 인근에선 이따금 기계가 가동되면서 발생하는 마찰음만 들려올 뿐 오가는 이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서너명의 근로자들이 회사 앞마당에 위치한 음료 자판기를 조용히 이용하는 모습은 600m 전방의 기아·현대차 협력업체 앞에서 수 십명의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과 대비됐다.

한국GM에 자동차 인테리어 부품을 납품해 온 한 업체는 이번 달 생산라인 가동률을 50%가량 줄였다. 납품할 물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줄어든 부평공장 생산량이 그대로 회사에 타격이 됐다”며 “이번 일로 인해 직접적으로 고용인원이 감축되진 않았지만 직원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 모임 협신회는 협력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35~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문승 협신회 부회장은 “노사 합의가 지연되면서 올해 들어 특히 협력사의 공장 가동률이 대폭 감소했다. 이 폭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협력업체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부평공장 인근에서 납품하는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은 부평공장에 생산량을 전량 납품하는 매출구조를 취하고 있다.

부평공장 인근에서 차량 플라스틱 부품을 납품해 온 제조업체는 부평공장의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올해 1공장은 25%, 2공장은 약 50% 생산량이 줄었다.

해당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출을 겸하는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내수에 의존하는 업체들은 문을 닫기 직전이나 다름없다”며 “일차적으로 협상이 빨리 이뤄져 조기 정상화가 이뤄져야 원천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매출이 감소하면서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소 협력업체들은 금융기관의 대출한도 강화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는 그동안 한국GM의 납품 대금을 전자어음으로 지급 받았다. 협력업체들은 이 어음으로 대출을 받아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한국GM 사태가 장기화되며 은행들이 어음 담보 대출을 거부하거나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날 금융기관의 압박을 우려하며 취재를 기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이런 인터뷰가 조심스럽다. 협력사들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가면 금융기관에서 기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압박이 심하게 들어온다”며 “한국GM이 무너져도 아무도 득 볼 사람이 없는데도 그렇다. 사활을 걸고 사업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은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경기도는 이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섰다. 2일부터 경기도청은 특별경영 안정자금 100억원을 투입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피해를 입은 경기도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지원을 실시한다.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속될 경우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인천에서 한국GM의 차량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제조업 취업자 35만여명 중 15%가량 차지한다”며 “한국GM 정상화 지체로 인천지역 경제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GM 협력업체, 관련업체 종사자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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