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 보도 후 사무실 비우는 사례 잦아…권력형 갑질 근절 필요

 

최근 본지가 단독 보도한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성희롱 사건은 한 의료기관 내부의 단순한 성폭력 사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건 발단은 지난해 12월 중순 송년모임에서 총무부 S부장이 여성인 K팀장을 성희롱한 사실이다. S부장은 K팀장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을 가한 사실이 확인돼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단순히 송년모임 뿐만 아니라, S부장이 그동안 부하 여직원들을 상대로 추접한 성희롱과 성추행 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과거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K팀장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다.    

 

어찌 보면 1개월 정직으로만 끝날 수도 있었던 사안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덕분이다. 알리오를 통해 가해자의 정직 사실을 확인한 기자는 본지 보도 당일 새벽 한일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 도착한 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인적사항을 파악해 인터뷰를 하는 것이 최대 급선무였다.

 

다행히 알리오의 ‘한일병원 고충처리 조사 결과’에는 성희롱 가해자가 병원 내 성희롱 예방을 책임지는 부서장이라는 부분이 명시돼 있다. 사실상 총무부장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총무부 등 병원 몇 개 부서에 전화를 해보니 총무부장이 가해자였고, 1개월 정직 후 진료지원총괄팀장으로 발령 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의 경우 공교롭게 간호사를 제외하면 병원 팀장급 중에서는 여성이 단 1명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총무부에 전화를 걸어 고객만족팀장이란 점도 알아냈다.  

 

이후 취재는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병원 홍보 담당자를 통해 감사부 직원들을 만났고, 피해자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하지만 S부장을 만날 수는 없었다. 이미 기자가 S부장을 찾으러 다닌다는 소문이 병원에 급속하게 퍼졌고, 그도 사무실을 떠났던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30분 경에는 S부장의 사내 메신저가 켜져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근무지로 추정되는 사무실도 찾아갔지만 허사였다. 당시 그 사무실에는 젊은 직원 두 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이중 한 명이 기자에게 누구한테 들었냐고 묻길래 “직원들한테 들었다”고 답변했다. 기자는 당시 직원들 앞에 ‘정의로운’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싶었지만 상대를 자극할 수도 있는 단어여서 자제했다. 

 

기자가 ‘정의’를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공무원 조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한일병원에서 인사권 등 권력을 휘두르는 전직 총무부장에 맞서는 직원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해는 한다. 현실적으로 큰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 직장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부장을 비판하기 쉽지 않다. S부장이 총무부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현재 총무부장은 공석이다.  

 

그동안 권력을 갖고 갑질을 했던 S부장은 본지 보도 후 아침 일찍 사무실에 출근만 하고 없어졌다가 퇴근 무렵 나타나는 근무형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도 떳떳치 않은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일부는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부장이 이제 마지막으로 참회할 수 있는 기회는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병원을 조용히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갖고 장난을 쳤으니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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