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정보통신기술 올림픽 홍보…사용자 찾기 힘들었던 번역앱도 도마

17일 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 내린 시점에서 올림픽 시작 전 열렬히 홍보하던 것들이 과연 기대에 부응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정보통신기술(ICT)올림픽, 문화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ICT와 문화에 공을 들였다.

올림픽 시작 몇 달 전 국회에서는 ICT평창 특별 체험전을 열었고, 공식 후원사인 KT는 세계 최초 5G(5세대) 시범서비스를 연호했다. 문화 영역에서는 경기장에 매일 가수의 음악이 끊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길이나 셔틀 등 교통정보를 안내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는가 하면 공식 통‧번역앱에 대한 기대도 컸다.

평창에 며칠간 머물며 취재한 결과, 기대 이하였다. 그토록 강조하던 ICT와 문화에 크게 방점이 찍히지 못한 모양새였다. 취재 내내 아쉬움만 커졌다.

우선 5G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체험한 외국인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올림픽파크 내에 있는 KT 5G 홍보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KT는 물론 다른 공식 후원사들의 전시장은 모두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올림픽에서만 받을 수 있는 배지를 얻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긴 대기 행렬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작 그 행렬에 외국인들은 많지 않았다. 대다수가 한국인이었다. 따라서 세계 최초 5G의 기술력을 체험한 외국인들도 소수에 불과했다. 또 삼성전자, 알리바바 등 다른 부스에서도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었기에 일반인이 5G 기술과 구분하기는 어려워보였다.

봅슬레이 경기장에 설치된 5G 체험존에는 입장 인원조차 턱없이 적었다. 실황으로 5G 중계서비스를 볼 수 있는 경기 종목도 적었다. 심지어 평창 ICT 체험관에서는 5G 중계 서비스가 시연되고 있었지만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저지했다. 모두 중계권 때문에 벌어진 문제였다. 저지하는 안내 직원은 “왜 촬영이 안 되는지 잘은 모르지만 중계권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절대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식 통‧번역앱인 한컴인터프리의 ‘말랑말랑 지니톡’에 대한 안내도 부족해 보였다. 홍보물이 부착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찾지 못했다. 지니톡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올림픽 이후 다운로드 건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니톡을 쓰면서 대화하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택시운전자들의 볼멘 목소리도 들렸다. 한국 손님이라 정말 반갑다고 인사를 건넨 택시 운전자는 외국 손님이 불편하다고 했다. 대충 목적지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 후 이어지는 회화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못한데 자꾸 외국인들이 질문을 해 와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운전자는 아예 이어진 질문에 입을 닫았다고 했다.

외국인이 번역 앱 등을 사용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번역 앱도 말이 번역이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 하더라”며 “사람이 말할 때 늘 정확한 발음으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오히려 강릉에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KTX에서 번역앱 사용자를 만날 수 있었다. 나란히 앉은 남녀가 서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SNS를 공유하고 평창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모르는 사이었지만 번역앱을 동원해 이야기를 하며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서울역에 도착할 때쯤 이들은 여느 연인과 흡사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세계 최초 5G 마을인 대관령 의야지마을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의야지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어떻게 가야할지 의야지마을 쪽에 문의했지만 자동차가 없으면 힘들 것이라며 평창 올림픽플라자를 구경할 것을 권했다. 셔틀 버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문의했지만 셔틀 버스타고 오는 사람을 잘 본적이 없다며 난감해 했다.

관광안내소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내원은 “버스가 30분 뒤쯤 오긴 할 텐데 의야지 마을에서 빠져나오는 버스는 몇 시일지 장담할 수 없다”며 “이곳은 택시도 많이 없기 때문에 잘 결정해야 한다. 그냥 올림픽플라자와 눈꽃축제를 관람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의야지마을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말이 통하는 자국에서도 이토록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외국인들이 도전하기엔 너무 먼 의야지마을이었다. 특히 대관령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택시 수가 강릉에 비해 훨씬 적어 택시 잡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다음 달 9일부터는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열린다. 패럴림픽에서는 앞서 부족했던 부분을 더 충실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홍보가 무색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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