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생초콜릿 대중화 외치며 출시…가성비는 최고

촬영·편집=김률희 PD

입에 달콤한 무언가가 쏙 들어오자 계절이 바뀌는 기분이었다. 친구 집에 놀러가 책상에 고개를 박고 무언가 긋고 있을 때였다. 친구는 뭐라 설명도 없이 노란 막대로 찌른 정체불명의 정육면체를 입에 쏙 넣어주었다. 그것은 무겁게 녹았다. 녹아 없어지자마자 가득 부른 배가 일순 꺼지듯 서운했다. 그것은 단순히 맛이라기 보다는 되레 기분이나 정서에 가까웠다. 오래오래 좋은 기분이다가 그제서야 이게 뭐지 싶었다. 로이스 생초콜릿이었다. 아, 그… 그거.

그… 그거는 일본의 고급 초콜릿 브랜드로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밸런타인데이 언저리에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팝업 스토어 형태로 깜짝 등장했다가 깜짝 사라진다. 그 찰나를 잡지 못하면 굳이 일본까지 날아가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못하겠다면 기약 없는 선물을 기대하거나 아예 맛보기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그 맛을 본 기자는, 그리하여 로이스를 모르던 과거의 무미건조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당장 없는 걸 어쩌겠는가.

 

사진=김률희 영상기자

주변에 남는 로이스 어디 없냐며 울적하던 차에 한 통의 보도자료가 날아들었다. 구원이었다. 오리온, 프리미엄 냉동디저트 ‘마켓오 생초콜릿’ 출시(1.16일자).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가만 앉아있을 수 없었다. 닿을 수 있는 거리의 마트와 편의점을 뒤졌지만 없고, 없고, 없고도 없었다. 로이스가 아니다. 오리온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구하기가 어려웠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거다. 뜸을 들여본다.

출시된 지 조금 지나자 구내에서도 마켓오 생초콜릿을 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만난 생초콜릿은 냉장보관되고 있었다. 생초콜릿의 특성상 0~10도의 차가운 온도에서 보관돼야 한다. 구매하면 함께 딸린 보냉팩에 포장된다. 귀한 걸 산 것 같은 기분. 한 상자 가격은 7000원. 로이스는 2만원에 육박한다.

가격 차이만큼, 상자 크기 역시 차이난다. 당장 옆에 두고 비교할 모델이 없어 더욱 정확히는 비교할 로이스가 없어서 정확한 측정은 불가하지만 로이스 한 상자에 들어있는 생초콜릿은 20조각, 마켓오 한 상자에는 12조각이 들어있다. 다만 패키지는 무척 비슷하다. 보석함 열듯 겉 상자를 한꺼풀 벗겨내면 투명한 뚜껑으로 꼭 닫힌 두 번째 포장이 나타난다. 그 안에 담긴 카카오파우더를 담뿍 뒤집어 쓴 생초콜릿. 아, 이것.

로이스를 오마쥬한 듯한 마켓오 생초콜릿을 보니 기대가 더욱 부푼다. 달고 쓰고 부드럽고 깊고 몽롱하고 아른아른하며 무언갈 씹고 있지만 씹지 않고 있는 것 같은 그 기분을 이 제품에 기대해도 될까.

 

오리온은 “마켓오 생초콜릿은 카카오버터로 만든 리얼초콜릿에 영국산 생크림을 25% 넣어 마켓오만의 레시피로 탄생했다. 제품 개발단계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맛과 식감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 고급스럽고 특별한 맛으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가족,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대 가득 내장된 포크로 한 조각을 콕 집는다. 냉장에서 풀려난 지 1시간쯤 지난 후였다. 


포크가 우기듯 박힌다. 부드럽진 않겠구나, 무너진 기대로 한 입 먹자마자 단번에 반전이다. 부드럽다. 사각형 초콜릿의 모든 꼭지와 변이 체온에 와르르 무너진다. 그렇게 동그래진 초콜릿을 두고두고 음미한다. 겉면에 묻은 카카오파우더가 기분 좋게 텁텁하다.  

 

처음 입에 넣자마자 달려드는 맛 만큼이나 이후 머무는 맛도 중요하다. 같이 맛 본 사람의 평을 빌리자면 “먹을 땐 맛있지만 다 먹은 후 입 안에 남는 맛은 그냥 우리가 아는 평범한 초콜릿의 뒷 맛.” 

 

분명 맛있는 초콜릿이다. 생초콜릿이라는 주제에 꼭 부합한다. 일반 밀크 초콜릿과는 맛의 밀도와 심도에서 단연 압승.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격도 챙긴다. 다만 로이스는 아니다. 로이스는 첫 맛이 조금 더 쓰고, 뒷 맛이 조금 더 짙고 무겁다. 


오리온은 마켓오 생초콜릿 출시로 생초콜릿의 대중화를 목표하겠다고 밝혔다. 분명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만큼의 몫을 한다. 그거면 됐다, 싶다가도 어쩐지. 어디 남는 로이스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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