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분양가 낮춰야 보증 가능" 고수…막대한 토지매입비 등 부담에 시행사 버티며 1개월째 줄다리기

'나인원 한남' 시행사인 대신에프앤아이 측이 분양가 산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라는 암초를 만났다. 사진은 나인원 한남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 /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나인원 한남 시행사인 대신에프앤아이(대신F&I) 측이 분양가 산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라는 암초를 만났다. HUG 측은 고분양가를 낮추면 수개월째 이어진 분양보증 절차가 끝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로서는 막대한 토지매입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제반비용을 감안할때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 아파트’ 부지에 나인원 한남 분양을 기획하는 대신그룹 금융계열사인 대신F&I 측과 HUG 측의 분양보증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 3층, 지상 5~9층 9개동, 총 335가구로 건립된다. 전용면적별 공급 가구수는 ▲206㎡ 170가구 ▲244㎡ 93가구 ▲273㎡(복층형) 43가구 ▲전용 244㎡ 펜트하우스 26가구, 펜트하우스 3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평당 평균 분양가를 6000만원대로 당초 계획보다 낮추고 고분양가 논란이 됐던 슈퍼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를 시행사 측이 백지위임했지만 양측의 시각은 좁혀지지 않는다.

해당 단지는 HUG의 분양보증심사 기준 상 절차통과에 하자가 없다. HUG는 분양보증시 해당 단지의 평균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초과,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를 초과할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한다. 이 지역에 최근 분양한 단지가 없으니 매매가를 기준으로 하면 ‘한남 더힐’을 들 수 있지만 지난해 이 단지의 평당 평균 매매가는 산술적으로 6400만원대인 만큼 매매가 초과 규정도 위배되지 않는다.

다만 HUG 측은 고분양가인 만큼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해당 단지의 분양보증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HUG는 분양을 진행하는 건설사가 파산 등의 이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을 환급한다. 30가구 이상 분양단지는 분양보증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분양가가 높은 만큼 나인원 한남이 정상적으로 분양절차를 진행하지 못할 경우 HUG 측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커지는 만큼 HUG 측도 신중히 접근하는 상황이다. “분양가를 낮추지 않으면 분양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HUG 측은 견지한다.

◇ 토지 고가매입부터 얽힌 실타래…분양가 딜레마에 갖힌 나인원 한남

결국 나인원 한남 시행사가 목적하는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보증을 통과하기 위해선 분양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부지 매입 가격이 높은 만큼 대신F&I 측이 분양가를 낮추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행사 측은 지난 2016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외인주택부지(대지면적 6만677.2㎡)를 총 6242억원에 매입했다. 매각대금이 당초 ‘1조원대를 육박할 수 있다’는 당초 전망보다는 낮지만 고도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사업성 대비 매입비가 시행사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왔다. 실제 나인원 한남의 용적률은 144.48%로 당초 업계에서 관측한 사용 가능 용적률인 160~170%에 미치지 못한다. 높은 건폐율(30.71%)은 낮은 용적률의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동의 경우 (토지 및 주택)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고급주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 구역에 아파트 단지를 설립하기란 무리란 지적이 당시 제기됐다. 고도제한 문제 등 사업성 여부를 가늠하다 외인주택부지 매입절차에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

이에 더해 앞으로 금융비용, 공사비 등을 감안하면 시행사 측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원대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16년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는 대신F&I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나신평 관계자는 “대신F&I 측이 부실채권(NPL) 투자사업을 하는 와중에 나인원 한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위험을 (등급전망에)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토지매입 및 사업진행을 위한 제반비용 문제로 시행사 측이 쉽사리 분양가를 낮추는 패를 HUG에 역제안하기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토지를 비싸게 매입해 시행사 측에서 법적 한도내에서 용적률에 맞춰 주택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계획상 시행사 측이) 층수를 낮추고 토지면적을 넓게 짓게 됐다”며 “이에 시행사 측이 원가를 감안해 해당 분양가를 HUG 측에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입장에서 당연하다. (다만 분양보증 승인이 나지 않는 점에서) 시행사 입장에서 딜레마”라고 말했다.

◇ 나인원 한남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3가지 길

HUG의 분양보증이 전제되는 선분양제를 우회하는 것을 가정할시 나인원 한남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3가지가 있다. 임대전환, 준공 후 매매, 후분양제다. 

이중 준공 후 매매, 후분양제는 대신에프앤아이 측이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최소 공정률 80% 대부터 분양대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공사기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PF 구조가 선순위 6500억원, 중순위 1500억원, 후순위 1000억원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4~6%대의 금융비용을 대신F&I 측이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지속적인 금융비용은 신용평가업계도 에의주시하고 있다. 나신평 관계자는 “나인원 한남의 경우 시행사의 신용평가시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사업진행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지연될 시 분양이 안되면 자금스케줄이 조정돼야 한다. 결국 어느 시기에 허가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아울러 분양이 된다 해도 분양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한다. 분양률 저조시 실패부담을 시행사 측이 져야 하니 분양률도 모니터링 대상이다”고 말했다.

한남더힐의 선례를 따라 대신F&I 측이 민간임대 전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4년 간 의무 임대기간을 거친 뒤 분양단지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임대료를 통해 금융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에 앞선 두가지 선택지 대비 대신F&I 측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신F&I 측은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하며 선분양제 강행의지를 보인다. 나인원 한남 홍보기획사 관계자는 “나인원 한남의 후분양제, 임대전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단지는 3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고가 아파트다. 해당 조건의 아파트가 주택법상 청약절차에 들어가는 것도 사상 최초”라며 “현장의 관심이 매우 높다. 분양절차에 들어가면 높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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