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지닌 아기가 보청기를 착용한 뒤 처음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울먹이며 반응하는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일러스트=베스트베이비 이현주

 

신생아는 엄마를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촉감을 느끼면서’ 경험하게 되는데, 이 모든 자극이 엄마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엄마의 목소리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아이를 자극할 수 있어 유용하고도 강력한 애착 형성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엄마의 목소리는 아기의 청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자극해 언어 발달의 기초를 쌓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따뜻하고 친절하며 사랑스런 말투가 아이에게 안전한 느낌을 주어 정서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1 아이의 뇌를 자극하는 엄마 목소리

갓 태어난 아기 곁에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아기의 언어 학습을 관장하는 좌뇌가 우선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의 마리세 래스온데 교수 팀이 생후 24시간이 안 된 신생아 16명에게 자는 동안 엄마의 목소리로 모음 ‘아(A)’를 발음하게 하고, 낯선 여자 간호사의 목소리로 같은 소리를 내게 한 뒤 아기의 뇌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자는 도중 엄마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기의 언어 학습과 관련된 좌뇌가 활성화된 반면, 낯선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목소리 인식과 관계된 우뇌가 활성화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들어온 익숙한 엄마 목소 리를 구별하며, 아기가 엄마와 대화해온 ‘모성어(Motherese)’의 개념 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2014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뇌자도 (Magnetoencephalography, MEG: 뇌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생체 자기를 측정하고 영상화하는 뇌기능 검사)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생후 11~12개월 영아가 모국어를 들었을 때 외국어를 들었을 때보다 청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더욱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아이의 초기 언어 발달에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의미한다.

 

2 신생아에게 엄마 목소리가 꼭 필요한 이유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신생아기에는 아기의 오감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 아기에게 엄마의 따뜻한 체온을 전하면 촉각이 자극되고, 엄마의 냄새를 맡게 하면 후각이 발달한다. 모유나 분유를 먹으며 미각이 자극되고, 자기와 눈을 맞추고 미소 짓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시각을 발달시킨다. 아기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또한 아기의 청각 발달에 무척 중요하다. 이처럼 오감을 골고루 자극하면 뇌와 언어 발달뿐 아니라 정서적인 유대감도 키울 수 있다. 반면에 엄마의 목소리가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언어 발달의 지연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곧 언어적 자극인데 이러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은 아기의 뇌는 언어 영역의 활성화와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애착 형성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엄마와 불안정한 애착관계에 있는 아이는 향후 정서 및 성격 발달에 있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되기 쉬우므로 평소 아이에게 엄마의 목소리를 자주 들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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