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은 중동발 발주물량 늘리는 호재…환율하락은 수주경쟁력악화에 환차손 피해 불러

환율하락과 유가 상승에 따라 건설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이 지난 2005년 수주한 카타르의 라판(Laffan) 정유시설(Refinery). / 사진= GS건설

 

원화 환율하락(원화값 절상)과 및 유가 상승에 따라 건설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인한 플랜트 발주물량 확대는 건설업계에 호재다.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해외수주경쟁력 악화, 환차손 피해 확대는 건설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3일 기준(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8.5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일 대비 54센트 상승한 가격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월물은 전일 대비 0.1달러 오른 배럴당 63.4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가능성, 사우디에서 발생한 ‘왕자의 난’으로 인한 중동 정세불안이 유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같은 유가상승은 건설업계에 호재다. 중동 지역을 필두로 플랜트 발주물량이 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연간 해외 수주액 중 60% 이상이 플래트에 의존하는 만큼 플랜트 발주물량 확대는 건설업계의 실적확보 차원에서 긍정적 신호다. 특히 해외사업 비중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대형 건설사에게 매출확보 기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중동 지역 플랜트 발주물량이 줄었다. 건설사 간 입찰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주처가 본인 부담액을 건설사에 떠넘기는 등 갑질을 자행했다”며 “최근 유가상승으로 플랜트 발주물량도 늘었다. 이에 건설사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최근 갑질로 유명한 발주처가 ‘PQ(사전심사)’만이라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이처럼 호재로 작용하지만 환율 하락을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번주 들어 원‧달러 환율은 24일까지 5일 연속 연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자별 원‧달러 환율은 20일 1100.6원, 21일 1095.8원, 22일 1089.1원, 23일 1085.4원, 24일 1085.4원으로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를 마쳤다. 특히 24일 환율은 2015년 5월6일 이후 2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다만 원화강세는 수출 대기업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선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경쟁력 악화를 부른다. 원화는 9월말부터 24일까지 달러화 대비 약 5%(50원) 가량 절상됐다. 이 기간 엔화와 위안화는 0.5%, 0.7% 절상되는데 그쳤다. 주요 경쟁국 대비 높은 원화가치 절상폭에 따라 해외 수주전에서 가격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건설사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고 있다. 원화강세로 입찰시 국내 건설사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게 되면 중국 건설사 대비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도 국내 건설업계의 시름을 깊게 한다. 해외 자산가치 변동, 달러로 받는 건설기성의 원화전환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급순위 상위 10위권 내 건설사의 3분기 순이익 대비 환차손 비율은 삼성물산(55%), 대우건설(20.4%), 현대건설(18.6%), 대림산업(3.5%) 등으로 나타난다. GS건설은 3분기 순손실액인 84억원을 상회하는 297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원화강세가 무조건 건설업계에 부담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국내 건설사는 주요 플랜트 설비를 유럽, 일본에서의 수입에 의존한다. 원화강세에 따라 수입금액이 저렴해진다. ​그럼에도 하지만 수주경쟁력 악화, 기성의 원환전환시 손실 등을 감안하면 일부 기자재 수입업체를 제외하고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라는 업계 중론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최근 원화절상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이는 건설업계가 감내하기 힘든 정도다. 환리스크 헷징(위험분산) 차원에서 무역보험공사가 환변동 보험을 제공하지만 비용문제, 최근 환율안정세를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가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안인 선물환 매도거래도 복불복이라 다수 기업이 활용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출이 활발한 그룹에 속한 건설사는 풍부한 외화를 바탕으로 오픈 포지션(환율변동 위험에 노출)이어도 환차손에 어느정도 대응력을 지니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은 인건비 지급 등의 이유로 외화를 바로바로 원화로 바꾸는 만큼 환차손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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