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외형, 닮은 맛, 닮은 식감… 차이는 오로지 가격

A가 되고자하는 B가 있다. B가 모방에 성공하면 A, 어설프면 A’, 실패하면 도로 B가 된다.

제 14화. 노브랜드 감자칩 오리지널 VS 프링글스 오리지널
 

노브랜드 감자칩 오리지널(좌)와 프링글스 오리지널(우) /사진=박견혜 기자
길다란 원통에 층층이 쌓인 감자칩, 봉지를 찢는 대신 뚜껑 열어 먹는 갑자칩. 묘사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프링글스다. 프링글스, 하면 봉지에 질소와 함께 담긴 평범한 감자칩 대신 수염을 두 갈래로 정확히 나눠 빗은 마스코트 아저씨와 빨간 원통형 케이스가 생각난다. 여러겹 종이가 두껍게 말린 원통 케이스는 프링글스의 것, 그 원통에 감자칩을 차곡차곡 포개어 넣는 일도 프링글스의 것이다. 원조다.

길다란 원통에 층층이 쌓인 감자칩, 봉지를 찢는 대신 뚜껑 열어 먹는 감자칩이 여기 또 있다. 프링글스가 아니다. 이마트 PB(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에서 내놓은 '감자칩 오리지널'이다. 너무 대놓고 프링글스를 오마주했다 싶은 이 노브랜드 감자칩을 보고 있으면, A(프링글스)가 되고 싶은 B를 보는 것 같아 짠하다. 감자칩 오리지널이라는 제 이름이 있음에도 "프링글스 따라한 그 노브랜드 과자" 쯤으로 쉽게 불릴 것도 같아 또 한 번 짠하다.

심지어 매대 배치도 애처롭다. 노브랜드 감자칩은 프링글스와 나란히 놓인다. 원조와 모방작이 바짝 붙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니 노브랜드 감자칩에 대해 모방작이어서 가소롭단 감상보단 가여운 마음이 앞선다. 왜 하필 프링글스 근처에….

반전은 여기에 오히려 노브랜드 감자칩의 우위가 있다는 점이다. 구매는 결국 원작에의 충성이나 의리가 아닌 돈으로 하는 것. 그만큼 가격이 중요하단 뜻이다. 같은 110g에 프링글스는 3300원, 노브랜드 감자칩은 1100원이다. 같은 매대에 놓인 비슷한 모양의 감자칩이지만 가격에선 3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심지어 둘 다 비싼 것도 아니다. 하나는 정확히 비싸고, 하나는 정확히 싸다. 보색 수준의 파격적인 대조다.

맛도 장점일까. 일단 냄새는 같다. 갑자칩 식감을 결정하는 두께 역시 같다. 평소 프링글스 오리지널을 좋아하는 기자는 프링글스를 참 자주, 많이도 먹어봤는데 그때마다 느낀 프링글스의 특장점은 칩 두께가 두꺼워서 씹어 부수는 맛이 좋다는 거였다. 이 톡톡한 프링글스의 식감을 노브랜드 감자칩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제법이네"하고 눙칠 일이 아니라 이건 실로 고마운 일이다. 저렴한데다 식감까지 닮았어.

식감만큼 간도 중요하다. 먹어본 바로 프링글스가 더 짜고, 노브랜드 감자칩이 덜 짜다! 라고 확신한 뒤 나트륨 함량을 봤다. 프링글스 나트륨 함량은 116㎎(6%), 노브랜드 감자칩은 200㎎(10%) 이다. 기자는 애초 소금소태와 맹탕 만큼의 차이가 아니라면​, 짜고 덜 짜고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 덴 미흡한가 보다. 


감자칩은 왜 프링글스가 되고 싶었을까. 원통 케이스의 밑바닥에 앉은 감자칩을 탈탈 쳐서 입구까지 모셔와 맛있게 먹는 그 재미, 도톰한 식감은 좋으나 '과자 치곤 좀 비싸다'는 프링글스 약점의 극복, 이 두 가지를 챙기겠다는 야심이 보인다. 

이제 결론, 이 둘은 닮았다. 닮은 외형, 닮은 맛, 닮은 식감. 차이는 오로지 가격이다. 여기가 바로 노브랜드 감자칩이 A는 아닐지언정 A'쯤 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더욱 중요한 결론. 둘 중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A인가 A' 인가. 원형, 원본, 원물 등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누군가는 프링글스를 드시라. 나는 닮느라 애씀과 동시에 가격까지 저렴한 노브랜드를 택할 것 같다. A와 견줘 살짝 어설프지만, A'가 가진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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