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용 높은데다 모바일뱅킹 이용 확산 영향…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 불편 커져

11일 서울 시내에 있는 자동화기기(ATM)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은행들이 자동화기기 줄이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의 편의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영업이 끝난 후에도 현금 인출이나 송금이 필요한 고객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현금인출기(CD)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뱅킹 이용이 불편한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일수록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과 SC제일, 한국씨티 등 외국계은행, 대구, 전북, BNK부산, 경남, 대구,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이 운영하는 자동화기기는 총 3만6196대다. 1년사이 2808대나 줄었다.

국내 은행의 자동화기기 감축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반기로 나눠보면 2015년말보다 2016년 6월말 2.47%가 줄었고 이후 2016년 12월말까지 3.41%가 줄었다. 이어 올해 6월말까지 3.91%가 줄어 자동화기기 감축 속도는 가속되는 흐름이다. 이런 추세라면 2년 뒤 전체 자동화기기 숫자는 3만대선마저 깨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기기 중 CD기 감축 속도는 ATM기보다 빠르다. 2015년말 1154대에서 올해 6월말 242대로 78.9%나 줄었다. 특히 지난해 6월말에서 지난해 12월말까지 30%나 줄었고, 이후 지난해 12월말에서 올해 6월말까지 40.3%가 줄어드는 등 매년 절반에 가까운 CD기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 은행이 운영하는 ATM기는 6월말 현재 3만1867대다. 지난해말보다 3.3%(1100대) 줄었다. 다만 2015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ATM기 줄이는 규모는 0.9%에 불과했다. 이후 매반기마다 3% 이상씩 줄어들며 감축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동화기기 감소 속도가 커진 것은 자동화기기 운영 비용이 수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ATM기 한 대당 연간 손실액만 166만원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운영 수익보다 운영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게 자동화기기"라며 "은행 건물에 있는 ATM기라고 해도 주말에는 외부업체가 관리하게 돼 있다. 은행 외부에 있는 기기는 당연히 외부업체가 관리한다. 그 관리비용과 기기 설치 비용, 공간 임대료까지 합치면 비용이 상당하다. 자동화기기는 은행에선 고객 서비스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 자동화기기 감소는 인터넷,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채널이 활성화하면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고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고객보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자동화기기 이용률이 차츰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동화기기를 통한 거래 비중은 2012년 말 39.8%에서 지난 2분기 말 37.8%로 줄었다.

특히 영업점을 이용하는 대면 거래는 2012년 13%에서 2013년 12.2%, 2014년 11.6%, 2015년 11.3% 등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인터넷뱅킹의 비중은 2012년 말 33.9%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 2분기 말 현재 41.1%를 돌파했다. 아울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모바일뱅킹 이용자 수는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비대면 거래 이용 고객이 늘고 대면거래와 자동화기기 이용고객은 계속 줄 전망이다.

이에 디지털뱅킹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핀테크와 비대면거래 확대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트렌드가 고령층에게는 적응하기 어렵게 한다. 이들을 배려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주변에 ATM이 없어 비싼 수수료를 물고 편의점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거나 거리가 먼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경우 금융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자동화기기는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금융소외 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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