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日 소프트뱅크 감정인식로봇 ‘페퍼’ 국내 첫 선…2개월 간 용산서 시범운영

페퍼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 / 사진=CJ CGV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버린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이다. 이 문장에서 미래를 ‘로봇’으로 치환해도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로봇은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그래도 조금씩 로봇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IT(정보기술) 기업들이 AI(인공지능) 스피커 경쟁에 나서더니 이제는 극장에 로봇이 등장했다. 영화는 지난 100년 간 놀라운 즐거움을 안겨준 엔터테인먼트다. 극장은 여기에 한 겹의 재미를 더 하려 한다.

28일 CJ CGV는 일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사의 ‘페퍼(Pepper)’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페퍼는 지난 2014년 로보틱스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이다. 국내서는 CGV에서 최초로 시범 운영한다. 다음달 1일부터 2개월 여간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CGV 페퍼’라고 불러야 할까?

일단 CGV 페퍼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 제공이 가능한 덕에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영화를 추천해준다. 영화 상영 정보와 해당 영화의 예매율, 실관람객평점인 CGV골든에그지수도 보여준다는 게 CGV 측 설명이다. 비서라고 불러도 되겠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인간이 로봇에 기대하는 건 실용성만이 아니다. 의외로 마음이다. 무슨 얘기일까? 잠시 다른 사례를 경유해보도록 하자.

AI스피커 ‘기가지니’(GiGa Genie) 개발을 이끈 임미숙 KT 융합기술원 상무는 지난 25일 시사저널e, 시사저널,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이 공동주최한 ‘AI, 현재가 된 미래의 삶’ 컨퍼런스에 나와 재밌는 통계를 소개했다.(관련기사: 임미숙 KT 상무 “인공지능 기술은 마음 향해가야”)

임 상무는 “사람들이 스피커에게 감성대화를 시도하는 빈도가 높더라. ‘노래 틀어줘’, ‘TV 켜줘’도 있겠지만 ‘사랑해’, ‘사랑해주세요’​, ‘잘자’, ‘나 우울해’를 이야기하는 사용자가 사실 더 많았다. 이와 같은 ‘감성대화’의 비율이 30%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참, 페퍼가 세계최초의 감정인식로봇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겠다. 페퍼는 머리부터 팔, 허리, 무릎, 손가락까지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 또 감정 인식 센서를 통해 상대방의 기쁨, 슬픔 등 실제 감정까지 판별이 가능하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GV도 이를 모르지 않았나보다. CGV 측은 관객에게 맞춤 서비스와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인터렉션(Proactive-Interaction)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반 감정 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이번 페퍼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흥미로운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관객의 숨은 재능을 찾아보는 ‘즉석 오디션’도 진행된다. 페퍼가 제시하는 표정을 관객이 연기하고 내장된 센서를 통해 인식, 연기력에 따라 다양한 쿠폰을 선물하는 식이다. 페퍼가 재치 있는 멘트와 손동작으로 쿠폰을 섞고 고객이 선택하는 쿠폰을 증정하는 ‘셔플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성인제 CGV 컬처플렉스 기획팀 팀장은 “복합 VR 체험존 V BUSTERS, 오픈 스튜디오 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CGV에서 감정인식로봇 페퍼와 함께 이색 재미를 선사하고자 준비했다”며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관람뿐 아니라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추석이다. 평년보다 늦었지만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만큼 길어졌다. 길어 좋지만 때로 무료할 수 있는 이번 연휴에는 로봇과 마음을 나누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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